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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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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군과 스님
작성자 조성숙 등록일 09.09.21 조회수 65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거리에 모든 것을 깨우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였다. 30여년 간 매년 겨울이면 거리에 나서서 모금활동을 벌여온 손명식 서기관은 그날도 혼신의 힘을 다해 종을 울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손명식 서기관은 생각했다.

  ‘선물을 고르는 순간만큼은 틀림없이 다른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했으리라. 그 마음을 일 년 365일 동안 계속 가지고 있는 다면…….’

  잠시 생각에 젖어 종을 울리지 않고 있는 터에 목탁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시주를 받고 있는 노스님의 목탁소리였다. 모금활동을 위해 나온 노스님 역시 아침부터 열심히 목탁을 두드리고 있었다.

  서서히 하루해가 지고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손명식 서기관은 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종과 메가폰을 가방에 넣고 그 날의 모금액을 어림해 보았다. 그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하루 모금액이 줄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짐을 마저 챙기려는데 저 쪽에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노스님을 보게 되었다. 비록 종교가 달라 하루종일 종소리와 목탁소리가 불협화음을 이뤘지만 같은 이유로 하루종일 자리를 지켰던 노스님에게서 왠지 연민이 느껴졌다. 손명식 서기관은 노스님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노스님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손명식 서기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잠깐 기다리게나. 이것도 거기다 넣음세.”

  노스님은 하루종일 떨면서 모금한 돈을 모두 자선 냄비에 넣은 것이었다. 종소리도 목탁소리도 멈춘 거리에서 손 서기관을 비롯한 구세군들은 노스님에게 아무 말 없이 목례를 했다. 노스님도 가볍게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더니 장삼자락을 휘날리며 찬 겨울바람 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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