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만복이라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옛날에 가난하고 부지런한 농사꾼에게 아들 만복이가 있었는데 소문난 게으름뱅이였다. 만복이는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밭을 갈고, 대충대충 쟁기질을하여 이리 삐뚤 저리 삐뚤 밭고랑이 난리였다. 만복이는 농사일이 하기 싫어 아버지께 건넛마을 금동이처럼 글공부를 하겠다고 졸라댔다. 아버지께서는 네 소원이니 그럼 오늘부터 방에서 글을 읽으라고 하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농사일 대신 글공부만 하는 게 좋아서 신바람이 났는데,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슬슬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꼭 끼는 통버선 때문에 발은 욱신욱신 아팠고, 갓 때문에 머리는 어질어질 했다. 끓어 앉은 다리도 점점 저려왔다. 게다가 글을 읽는게 지겨워서 자꾸 하품만 나오는 것이었다. 만복이는 몸이 저리고 비틀려도 꾸욱 참고 글공부를 했다. 뙤약볕에서 일하는 것보다 백 배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가 지나지 않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책상을 밀치고 다리를 쭉 뻗었다. 만복이는 생각할수록 아버지를 도와 농사 짓던 때가 더 즐거웠던 것 같았다. 통버선이고 갓이고 다 벗어 던지고는 방문을 박차고 나왔다. 들판을 달려가며 풀냄새 흙냄새를 잔뜩 들이마시며 겅중겅중 뛰었다. 시원하고 살 것만 같았다. 이 모습을 본 아버지는 깜짝 놀라 글공부 하다 말고 왜 뛰쳐 나왔는지 물었다. 만복이는 다시는 글공부 한단 소리 안 할 테니, 들에서 일 좀 하게 해 달라고 하였다. 아버지는 농사일이 싫증나면 또 글공부 한다고 조를 텐데. 아예 관두거라 하시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만복이는 아버지가 다시 글공부를 하라고 할까 봐 겁나서 냉큼 쟁기질을 시작했다. 물론 그 뒤로는 게으름 부리지 않고 부지런히 농사일을 했다. 어쩌다 소가 말을 안 들으면 너도 통버선 신고 갓끈 조이고 방에 틀어 박혀 글공부나 할래? 말 안 들으면 너도 그렇게 될 줄 알아! 하며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은 힘들고 남이 하는 일은 쉬워 보일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들면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지는 것 같다. 가끔 엄마가 하시는 일이 쉬워 보여 실내화라도 빨아 보면 힘이 든다. 세상에는 쉬운 일이란 없는 것 같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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