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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전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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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자국
작성자 전원미 등록일 10.12.02 조회수 22

난 교실 뒤편에 있는 이빨자국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승재인데 형인 승운은 장애가 있다. 정신지체장애 1급으로 항상 빙긋거리며, 자신이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한다며 경기를 일으키는 상대하기 어려운 20살 청년이다. 승재는 그런 형과 함께 살면서 쌓인 분노와, 창피함 등의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제대로 된 또래의 자유로움을 누리지 못했다. 엄마와 손잡고 놀러가고, 친구들도 집으로 데려와 함께 게임을 하며 놀 만한 나이에 형에 대한 창피함으로 얼룩져, 친구를 초대한다거나, 형이 실종됐을 때 전단지를 돌린다거나 하는 일은 엄두도 못 냈던 승재에게는 항상 곁에 있어준 친구가 있다. 만섭이라는 친구와 특별활동 만두빚어 반의 선생님이 그 인물이다. 난 이들이 이 책의 부주인공이라 느낄 정도로 승재의 마음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시각에서는 그렇게 성숙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승재가 나보다 더 많은 경험과 고통, 시련을 겪은 데에 있다. 조금만 힘들어도 짜증내고 불평하는 나와, 다를 바 없는 주위 사람들을 보노라면 승재는 우리에게 정신적으로 한참 선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 안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한다. 우리에게 팔, 다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승재의 손등에 남은 선명한 이빨 자국과 같은 깊은 상처에 가려져, 우리에게 있는 특권들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승재네 가족들은 자신들이 흘린 많은 눈물들을 과거로 보내며 승운 또한 장애인 시설로 보내야 할지 의논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승운이가 항상 웃기만 하는 모습을 보며 승재는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승재가 승운이를 많이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승재는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사람을 사랑하는 법, 돌봐주는 법을 알지 못했다. 뒤늦게 승재는 승운에 대한 아쉬움에 가슴앓이를 하지만 동시에 승운이 간다면 가족들 간의 벽이 조금은 허물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항상 있던 곳에 있던 물건들과 있던 사람이 한순간 없다는 것을 인식할 때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그리움과 우울함이 몰려온다. 그것을 경험해본 난 그 점에서만은 승재보다 선배인가 보다. 만일 승재가 이런 것을 경험해봤다면, 승운이 시설로 가는 것을 기꺼이 막았을텐데, 그렇게 끝나지 않아 안타까웠다. 결국 이야기는 ‘승운이의-떠남을 단지 미루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지만, 승재의 마음에 승운이는 영원히 남으리라 장담한다. 승운이 승재에게 준 교훈이라 하기엔 너무 부드럽고 경험이라 하기엔 너무 가혹한 무언가를 나 또한 잘 느낄 수 있었기에, 승재가 흘렸던 눈물들이 쓸데없는 눈물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소설은 진짜 재미있었다. 끝까지 읽은 소설중에 재미있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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