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촌중학교 로고이미지

20 최진주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영화'아기와 나'
작성자 최진주 등록일 10.09.29 조회수 52

준수(장근석)는 잘 나가는 고3 남학생이다. 싸움을 해도 잘 하고 비싼 오토바이를 눈썹 휘날리게 몰고 다니는 기찬 외모의 소유자다. 거기다 고딩주제에 카드 소지에 연상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회인 누나들과 거침없이 몸(?)으로 사귀는 잘 나가는 청춘. 그런데 마트에서 장보기를 할 때 느닷없이 그녀석의 쇼핑 카트에 애기가 담겨졌다.애기 포대기 안 편지에는 준수의 애기라는 명확한 내용도 담겨 있어 황당하기 그지 없다.문제는 애기가 준수에게 왔을 때 준수의 부모는 가출을 했다. 빈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준수와 아기, 처음엔 아기를 들쳐업고 옛 여자친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가다 실패하고 아무것도 못 먹고 울기만 하는 우람이를 위해서 거짓 연기를 해가며 젖동냥을 다니기도 했다. 아쉬울 것 하나 없던 잘난 놈이 아기 때문에 세상의 쓴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본 것은 준수라는 캐릭터의 매력이다. 드라마 '쾌도 홍길동'을 봤을 때 남들은 코믹을 해도 진지하게 핏발 선 눈에 눈물 한 줄기 흘리며 나홀로 '멜로'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장근석이다. 잘 생긴 외모에 날씬한 몸매, 검은 가죽바지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거기에 그가 들쳐 업으면 아기포대기도 마냥 멋있게 보인다. 영화 후반부에 그가 흘리는 눈물은 이 영화가 행복하게 끝날 것을 앎에도 몰입하게 해 준다. 또 생 양아치 준수가 책임 질 줄 아는 '남자'가 되어 가는 끝이 분명한 뻔한 내용임에도 장근석이기에 난 영화에 몰입했다. 준수의 아버지 캐릭터(배우 김병옥) 를 본 순간 좀 경악 했다. 장진의 '예의 없는 것들'에서 추악한 캐릭터를 연기한 그분이기에. 지난 영화에서 그 분의 연기가 너무 생생해서 좀 어색했다. 또 김별이 맡은 역은 극 초반부 좀 어색했지만 후반에 갈수록 좀 나아졌다. 김별은 타고나게 천재성을 가진 아이인데 그런 아이도 남들이 인정을 못해주고 별다르게 봐서 괴로워했다. 그런데 우연히 준수를 만나고 준수의 외모, 눈빛, 심장고동을 직접 만지고 느껴보더니 이유 없이 준수에게 올인하게 되는 캐릭터다. 처음 부터 준수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것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은연중에 끼여든 별이는 아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준수를 코치해 주며 서서히 친해진다. 사위감이 싱글아빠인것이 다소 흠이라고 알듯 모를듯 말하더니 나중엔 애아빠랑 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둥 엄청 쑥스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 뱉는다.  김별 눈이 예쁜 배우다. 김별이 맡은 캐릭터는 사람들과 쉽게 못 어울리는 '왕따' 캐릭터다. 하지만 공부를 기가막히게 잘 해서 모르는 문제가 없고 시험을 쳤다하면 공부 한자 안 해도 만점을 받는다. 그래서 그 아이는 교무실에 들어가도 당당하고 교사들과 맞대응해도 하나 꿀리는 것이 없다. 또 교육청 지침, 학칙과 같은 누구하나 골치아파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도 잘 아는 캐릭터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얼마나 대단한 권력인지 보여주는 캐릭터. 미성년 남녀가 아이를 가졌을 때 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이 '지운다'는 개념이다. 아직 임신 초기이니 아기를 낳아 기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쉽게 뱃속의 아기를 '지운다'. 아주 쉽고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 개념이 아니라 '키운다'는 개념이다. 생명에 대해서 일단 책임지고 키워보려 애쓰는 준수.웃기게도 담배를 핀 것도 아니고 패싸움을 한 것도 아닌데 아이를 만들어 '키우기'때문에 정학을 맞는다. 과연 20살이 가까운 남녀가 아기가 생기면 지워야할까? 그것이 현명하고 편한 것인가? 참.. 일전에 아기를 금방 낳은 사람이 있어 얼굴 본다고 찾아갔을 때 심부름을 대신했다. 그 때 돈 2만원인가 3만원을 받았는데 그 돈으로 분유 딱 1통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미혼인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아이 키우는 것은 순 돈덩어리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담임이 불쌍해서 준 돈으로 분유사고 담배를 샀다가 그 돈으로 분유 한 통 더 산다는 것은 참 와 닿는 에피소드다. 돈이 똑 떨어졌을 때 준수는 애기를 들쳐업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 다녔다. 그런데 애 딸린 사람이 무슨 일이냐면서 박대를 당한다. 준수에게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관객은 안다. 다양한 직종에서 박대를 당하는 준수의 모습에서 '육아를 하는 사람=장애가 있는 사람'(무능한 사람, 일을 할 수 없는 사람)과 같이 느껴졌다. 영화에서 느낀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애가 있음에 일이 더 필요한데 애 때문에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모습. 너무 안쓰러웠다. 다음은 스포일러가 들어있다. 우람이가 입양되어 간다는 것을 알고 오토바이를 타고 인천공항에 간 준수. 막무가내로 쳐들어가 입국심사 받고 비행기 타러 간 우람이를 만나러 간다. 그 장면은 영화 속에서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는 장치이지만 현실성 '0'에 가까운 얘기다. 공항에 자주 가봤고 또 입양도 나름의 절차가 있기에 그렇게 막 비행기 타기 전에 만나고 울고 데려오고 하는 것은 좀 억지에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뭐 어떤가 영화는 영화일뿐이지.

이전글 영화'선생김봉두'
다음글 소설'우리들의행복한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