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촌중학교 로고이미지

15 이경미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할머니께
작성자 이경미 등록일 11.01.02 조회수 48

할머니께

 

안녕하세요? 저는 경미에요.

이렇게 할머니께 편지를 쓰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여기 상촌으로 할머니와, 오빠, 제가 내려온지 벌써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게 되네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커나갔지만 할머니께서도 나이 드시고 흰머리도 느셨다는 것을 3학년 때부터 느끼기 시작했어요. 항상 잘해드려야지 하면서도 차갑게 대해서 죄송하기도 하지만 저 자신이 좀 답답하기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와 따뜻한 말을 주거나 받은 기억이 없어서 무뚝뚝한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가끔 할머니나 작은 아빠를 보면 그냥 태생적으로 무뚝뚝한 것 같기도 해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교회 가는게 점점 싫어졌어요. 그래서 알게 모르게 할머니한테 짜증도 많이 냈던 것 같아요. 오빠가 교회에 다니다가 마음대로 안나가기 시작하면서 더 심했던 것 같네요.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다는게 어렵게만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할머니와 같이 자서 불끄고 누우면 하느님, 천당, 지옥, 뭐 이런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또 할머니 어렸을 때나 아빠나 고모들 어렸을 때 얘기를 해주시곤 하셨는데 요즘엔 따로 자서 그렇게 얘기하는 시간도 없어져 버린것 같아서 좀 아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제가 워낙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할머니께서는 항상 책 좀 그만 읽고 학교 공부를 하라고 말씀하셨지요? 또 매일 대회 나간다고 공부는 언제 할꺼냐고 매일 잔소리 하셨잖아요. 그때마다 짜증도 내고 설득도 해봤는데 할머니는 학교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만 하셨어요. 제 말도 좀 들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요. 물론 학교 공부도 중요하죠. 알고 있어요. 이제 고등학생이 되면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저는 더 많이 읽고 싶고 더 많이 나가고 싶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또 다시 느끼게 되네요. 제가 벌써 고등학생이에요. 이제 고등학교에 가면 할머니와 얘기하고 같이 밥 먹고 할 시간이 더 줄어들지도 몰라요. 하지만 다 미래를 위한 준비니까 어쩔 수 없는 거네요. 하지만 앞으로는 제가 더 많이 노력해서 할머니께 학교 얘기도 많이 해드리고 더 의젓해 질께요.

할머니! 2011년에도 건강하시고 건강하세요.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에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2011년 1월 1일 토요일

경미 올림

이전글 오빠에게
다음글 현미와 흑미 그리고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