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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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경미 | 등록일 | 11.01.02 | 조회수 | 48 |
할머니께
안녕하세요? 저는 경미에요. 이렇게 할머니께 편지를 쓰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여기 상촌으로 할머니와, 오빠, 제가 내려온지 벌써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게 되네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커나갔지만 할머니께서도 나이 드시고 흰머리도 느셨다는 것을 3학년 때부터 느끼기 시작했어요. 항상 잘해드려야지 하면서도 차갑게 대해서 죄송하기도 하지만 저 자신이 좀 답답하기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와 따뜻한 말을 주거나 받은 기억이 없어서 무뚝뚝한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가끔 할머니나 작은 아빠를 보면 그냥 태생적으로 무뚝뚝한 것 같기도 해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교회 가는게 점점 싫어졌어요. 그래서 알게 모르게 할머니한테 짜증도 많이 냈던 것 같아요. 오빠가 교회에 다니다가 마음대로 안나가기 시작하면서 더 심했던 것 같네요.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다는게 어렵게만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할머니와 같이 자서 불끄고 누우면 하느님, 천당, 지옥, 뭐 이런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또 할머니 어렸을 때나 아빠나 고모들 어렸을 때 얘기를 해주시곤 하셨는데 요즘엔 따로 자서 그렇게 얘기하는 시간도 없어져 버린것 같아서 좀 아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제가 워낙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할머니께서는 항상 책 좀 그만 읽고 학교 공부를 하라고 말씀하셨지요? 또 매일 대회 나간다고 공부는 언제 할꺼냐고 매일 잔소리 하셨잖아요. 그때마다 짜증도 내고 설득도 해봤는데 할머니는 학교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만 하셨어요. 제 말도 좀 들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요. 물론 학교 공부도 중요하죠. 알고 있어요. 이제 고등학생이 되면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저는 더 많이 읽고 싶고 더 많이 나가고 싶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또 다시 느끼게 되네요. 제가 벌써 고등학생이에요. 이제 고등학교에 가면 할머니와 얘기하고 같이 밥 먹고 할 시간이 더 줄어들지도 몰라요. 하지만 다 미래를 위한 준비니까 어쩔 수 없는 거네요. 하지만 앞으로는 제가 더 많이 노력해서 할머니께 학교 얘기도 많이 해드리고 더 의젓해 질께요. 할머니! 2011년에도 건강하시고 건강하세요.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에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2011년 1월 1일 토요일 경미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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