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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남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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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대청소
작성자 남유선 등록일 10.06.08 조회수 60

오늘은 재량 방학이다.

근데 엄마가 잊어버렸는 지 아침부터 나를 깨웠다.

내가 재량 방학이라고 말하자 엄마가 '아~' 하더니 방을 나갔다

다시 누웠는데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월요일만 되면 한번 깨면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은 4시까지 티비만 봤다

그렇게 티비를 보고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책을 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 5시부터 공부를 시작 하려고 했다

근데 티비만 봐서 멍한 머리에 도저히 내용이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요즘 내 삶의 낙인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가려고 했는데 큰아빠가 같이 청소하자고 나를 불렀다

원래 청소라면 언니 때문에 끔찍히 여기지만 큰아빠는 청소나 일을 도와주면 만원 저리가라 이기 때문에 흔쾌히 청소에 응했다

큰 아빠가 아끼는 곰치 나물에 물 주고, 보이지도 않는, 싹도 안 난것 같은 상추가 들어있다는 흙에도 물 주고, 길옆에 나있는 나물들에게도 물 주고, 감나무에게도 물을 주었다

저 과정만 하는데 한 시간은 넘게 걸린것도 같다

특히 곰치 나물만 편애하니까 곰치나물은 30분 줬나?

다 끝난 줄 알았는데 큰아빠가 아랫방 창틀을 닦는다고 해서 물 호스 끄기 켜기만 손목 돌아가도록 했다.

창틀 까지 닦고 큰 아빠가 잠시 쉬자고 해서 인터넷으로 옷 시킬 때 사은품으로 온 복숭아 주스 '티오'를 타드렸다

물론 얼음까지 타서!

큰아빠가 칭찬해 줬다

좋았다

다시 청소를 하고 싶은 욕구가 불 타올랐다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 해서 밀집모자를 쓰고 도와드렸다

특히 나는 계단청소를 하는데 7칸인가?

그칸 한칸 한칸을 한 손엔 물 호스, 한 손엔 플라스틱 빗자루를 들고 비장한 각오로 쓸어 내려 갔다

그렇게 허리를 잡아가며 열심히 청소를 하고 계단을 올려다 봤는데 빛이 났다

계단에서 내려온 흙들을 끌고 화단까지 가는데 죽는줄 알았다

내가 한 청소중 제일 힘들었던거 같다

큰아빠가 마구마구 칭찬을 해줬다

기분이 좋아서 더 열심히 했다

청소를 다하니 어느 새 저녘 먹을 시간이 다 되어서 많이 먹었다

진짜 많이 먹었다 나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게 허겁 지겁 먹었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 졌지만 고구마를 심으러 나갔다

고구마가 다 죽어서 다시 심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구마 죽은 자리에 물 주입기로 내가 넣으면 큰 아빠가 아까 낮에 사온 고구마 새싹(?)을 넣었다

재미있었다

왜냐하면 난 고구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와서 티비를 보며 자려고 했는데 전화가 왔다

엄마의 전화였는데 엄마가 나보고 물었다

"너 왜 안와?"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다

"응?"

이라고 되물었더니 엄마가

"너 학교 끝났잖아 왜 안와?"

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엄마 나 오늘 학교 안 갔잖아"

라고 하니 엄마가 또 아~ 하더니 끊었다.

전화를 끊고 한참 웃다가 티비보고 잤다.

내일 학교를 가려니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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