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보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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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0.10.25 | 조회수 | 26 |
정릉 산 동네 바람 찬 언덕 위 재래식 화장시렝서 한번 힘껏 산맥처럼 힘주며 앉아 있어 보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근 삼십 년 전 먹을 것 없었던 충청도 어느 산골에서 어린 아들과 키 작은 아내를 끌고 서울행 완행열차에 무작정 몸을 실었던 가난한 한 사내의 모습이 그 꺼칠한 입술에 오래도록 남아 있던 막걸리 자국과 헐렁한 푸른 작업복 시멘트 먼지가 지워질 날이 없었던 꺼부정한 삼십 년 그의 세월이 보일 것이다 눈발 거스르며 지금도 산 16번지 언덕길을 외로이 올라오는 한 가장의 모습이 이제 늙어 등 굽은 저 언덕 번쩍이는 유리창에 고급 빌라 맨션들이 들어차고 자가용 홍수로 통행이 어렵지만 그 길가 아직도 무허가로 옴팡지게 떠억 버티고 서 있는 저 텀벙텀벙 똥 튀기는 똥뚜간에서 힘 한번 꽉 주고 밀어 보아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오직 피 눈물 땀 흘려 일해 그만큼의 순결한 노동으로 살쪄, 저렇게 뼈만 남은 앙상한 늙은 노동자 아벚가
오민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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