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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평화론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0.09.15 조회수 23

김치찌개 하나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식구들의 모습 속에는

하루의 피곤과 침침한 불빛을 넘어서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실한 비계 한 점 아들의 숟가락에 올려 주며

야근 준비는 다 되었니 어머니가 묻고

아버지가 고추잎을 닮은 딸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지 그렇게 얘기할 떄

이 따뜻하고 푹신한 서정의 힘 앞에서

어둠은 우리들의 마음과 함께 흔들린다

이 소박한 한국의 저녁 시간이 우리는 좋다

거기에는 부패와 좌절과

거짓 화해와 광란하는 십자가와

덥석몰이를 당한 이웃의 신음이 없다

38선도 DMN도 사령관도 친일파도

염병헐, 시래기 한 가닥만 못한

이데올로기의 끝없는 포성도 없다

식탁 위에 시든 김치 고추 무릅 동치미 대접 하나

식구들은 눈과 가슴으로 오래 이야기하고

그러한 밤 십자가에 매달린

한 유대 사내의 웃는 얼굴이 점점 커지면서

끝내는 식구들의 웃는 얼굴과 겹쳐졌다.

 

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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