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 시간에 밤을 주우려고 수학 선생님이랑 애들이랑 밖에 나갔다. 수학 선생님 말씀으로는 과학 선생님이 밤이 많은 곳을 알려주셨다고 해서 궁촌 쪽으로 걸었다. 근데 걸어도 그 곳엔 다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물가 같은 곳을 건너야 했는데 물이 좀 있고 신발이 젖을 것 같아서 아무도 건너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돌아가야만 했다. 선생님이 그냥 고반대나 가자고 해서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역시나자연과 함께하는 길.주변에는 산들이 등을 지고 있었다. 밤을 못 주운게 내심 맘에 걸렸지만 그래도 운동 삼아 한번 걸었다 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고반대 앞을 지나고 있었을 때,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보니까 사회 선생님이 였다는. 사회 선생님은 밤이 들어 있는 봉지를 들고 계셨다. 순간 좀 띵 했다. 우리는 그 먼길을 떠나 걷고 또 걸었는데. 사실 그 물가 쪽에 밤나무가 있을지도 확실치 않았던 터였는데. 그리고 어이없게 돌아갔는데. 이게 왠말. 그냥 하는 수 없이 교실에 와서 청소를 하고 봉걸레를 빨려고 내려가다 과학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뭐 그리 먼 곳까지 갔냐며 바로 요 앞인데 하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더 어이가 없었다. 아 이게 뭐지. 싶기도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어쩌나 하면서 그냥 그 궁촌으로 가는 길을 걸으면서 선생님이랑 애들이랑 했던 이야기들, 신기한거 보고 웃고, 그랬던 일들로만 만족하기로 했다. 그 정도도 충분히 재밌었으니까. 오랜만이기도 했고. 다만 밤을 못 주웠다는게 약간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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