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3일 수요일. 드디어 우리 마을에 첫눈이 왔다. 수요일이라서 밖으로 나가고 있을 때, 바람이 매우 세게 불었다. 그리고 온통 회색구름으로 덮힌게 아니라 먹구름이 거의 꽉 차 있었다. 뭐라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어두 컴컴한 하늘에 울퉁불퉁 튀어나온듯한 느낌이랄까? 어쨌든 그런 하늘을 잠시 보다가 바람이 불어서 빠른 걸음으로 가는데 가다가 정연이가 같이 타고가자고 해서 다행히도 추운데 오래 떨지 않을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정연이네 고모차를 타고 가는데 큰대실을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정연이네 고모께서 눈이 온다고 하셨다. 나와 정연이는 보고도 믿지 않았지만 그분이 '날리고 있다.' 라고 하셨다. 비라면 부딫쳐서 없어져야하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로 날리고 있던 것이다. 정말 눈이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눈이었다. 다리에서 내려서 걸어올라가는데 고양이도 있었다. 날보고 빤히 쳐다보다가 도망가는데 무서웠나보다. 그러는 동안에도 눈은 계속 떨어졌고, 나는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눈을 맞으면서 걸어갔다. 집으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혼자 눈맞으면서 걸어가니 뭐랄까... 편했다. 조용하고 말이다. 눈이 올때는 비가 오는 것처럼 시끄럽지도 않고, 겨울이기 때문에 매미같은 시끄러운 곤충들도 없어서 너무 조용하다. 나는 그런 침묵에 마음이 편한것같다. 어쨌든 그렇게 집으로 갔다. 그리고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데 아직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처음보다 조금더 많이, 조금더 빠르게.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마음이 너무나 편했다. 눈이 계속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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