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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을 하기 전에 10초만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5.31 조회수 19

아이들의 부적응 상태를 고치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은 때로 '물' 과 '불' 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교사의 감정을 돋우는 아이들의 일탈 행위는 자질구레한 신경전을 불러일으키고 대책 없이 퉁기는 아이의 뻔뻔스러운 행동에 교사는 마침내 체벌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가벼운 회초리에서부터 아이스 하키 채까지 감정 섞인 매질이 난무하고, '너 학교 그만둬라' 는 폭언이 쏟아지면 도대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분간하기조차 어려워진다. 감정이 오르면 체벌 금지니 뭐니 하는 것은 뒷전이고 결국 강한 입장에 있는 교사가 폭력을 쓰게 된다.

김 선생은 수업 중에 유난히 떠들고 딴 짓만 하는 철민이를 불러냈다. 금방 기가 죽을 줄 알았는데, 철민이는 의외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왜 불러냈느냐는 표정으로 눈을 치뜬다. 아무리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고 해도 감히 강경파로 소문난 10년 경력의 김 선생을 몰라보다니……. 화가 난 김 선생은 따귀를 한 대 올려붙이고 잘못을 꾸짖었다. 순간 철민이는 뒤돌아서 책가방을 싸 갖고는 문을 나섰다.

"X팔! 안 다니면 될 것 아냐!"

이쯤 되니 강심장인 김 선생도 이성을 잃을 지경이다. 뒤쫓아가 심하게 꾸지람을 하였지만 도무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일은 일파만파로 번져서 아이의 전학 요구와 함께 교장실을 점거한 학부모의 항의가 서릿발처럼 매서웠다. 결국 김 선생은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교장 앞으로 경위서를 제출하는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이 선생은 다른 방법을 구사했다. 체벌 끝에 "그만 집에 가서 쉬지 그러느냐" 는 말을 듣고는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수호의 뒤를 쫓아갔다. 일단 붙잡아서 교무실의 동료교사에게 부탁하고는 수업이 끝난 후 아이를 만났다. 차분히 면담을 하고, 그후 일주일 내내 하루에 한 차례씩 불러다가 훈계를 했다. 아이의 마음이 풀어진 후에는 잘 달래서 급우들 앞에서 사과를 하도록 하여 이 선생의 체면도 살아났다. 즉각 대응하기보다는 장기전을 편 것이다.

철민이나 수호처럼 교사에게 정면대응을 하는 아이들은 흔히 집단에 속해 있는 문제아이거나 오랜 시간 일탈 행위로 인해 심신이 황폐해진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들은 교사의 억압적인 지도에 용수철처럼 튄다. 아이의 돌출적인 행동에 대해 맞대응을 하면 교사도 아이와 똑같은 취급을 당하게 된다. 치유해야 할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 물처럼 유연한 지도 방법이야말로 불 같은 아이의 마음을 누그러트리고 반성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자물쇠처럼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아이를 10분만 상대하면 술술 말하게 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하루 종일 닦달해도 쓸모 있는 내용은 하나도 캐내지 못하는 교사가 있다. 따뜻한 눈빛 하나, 말없이 건네주는 차 한잔으로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해서 교사의 품위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강경하게 다스리기 전에 10초 정도 '다른 방법' 을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 보는 것이 어떨까? 인격적인 지도는 '생각' 을 통해 우러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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