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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이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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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
작성자 이정연 등록일 11.11.14 조회수 66

대전에 있을 때도 상촌에 많이 놀러왔었는데 어렸을 때는 '아! 계곡으로 놀러간다!' 하고 마냥 신나있기만 했지, 별로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상촌에서 2년 동안 살아보니 상촌의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대전에서는 아토피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많이 있었다. 병원을 가서 약을 타와도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아토피에 좋다는 것을 다 써봐도 나을 기색을 보이지 않았는데, 상촌에서 3개월 정도 사니까 깨끗하게 없어졌다. 그 때는 상촌에 살아서 없어졌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상촌에 살면서 아무 것도 안했는데 없어진 걸 보면 아마 대전보다 공기 좋은 상촌에 와서 없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촌에 오니 우리 집 마당의 냄새가 달라졌다. 대전에서 맡았던 생명없는 냄새가 아니었다. 아마 그 냄새는 자연의 향인 것 같다. 솔직히 상촌에 산지 1년 정도 되었을 때에도 나는 자연의 향을 맡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2년쯤 되니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향긋한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깊게 맡을수록 코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봄에 나는 향기, 겨울에 나는 향기........모두가 조금씩 다른 향이었다. 이런 세세하고 향긋한 맡을 수 있는 건..... 아마 상촌에 사는 특권인 것 같다.

또 상촌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이 좀 많은 게 아니다. 사실 나는 상촌에 있는 집들이 산 위에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얼마 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고모부와 나는 차를 타고 우리 집 윗동네인 흥덕리를 함께 올라갔는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귀가 멍해졌다. 그 이유를 몰랐던 나는 고모부께 물어보았는데 고모부가 해발이 높아져서 그렇다고 하셨다. 해발이 높아지면 점점 기압이 낮아져 압력이 높아지는 거라고 부연 설명까지 해주셨다. 나는 고모부 덕분에 상촌에 있는 집 대부분이 산 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모부께 중학생이 그런 것도 모른다면서 바보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다. 이처럼 나와 상촌에 사는 사람들은 산에 둘러싸여 있다. 아마 내가 아토피가 말끔하게 나은 것도 이 산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산이 주변에 많으니까 이 외에도 좋은 점이 굉장히 많다. 우리 고모부는 버섯 따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가을마다 버섯을 따러 다니신다. 그래서 나는 고모부 덕분에 버섯들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됐고, 값비싼 버섯과 영양가가 풍부한 버섯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동네에 있는 산에도 버섯이 나긴 할 테지만 특히 상촌은 고지대 산이 많아서 버섯의 종류가 많고 더 맛있는 버섯이 많은 것 같다. 또 처음 상촌 중학교에 와서 우리 반 아이들을 보고 안경을 슨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것도 아마 주변에 녹색인 산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했다.

바닷가에 해수욕장이 있듯이, 산이 많은 이곳은 계곡이 많다. 상촌에 있는 계곡 중 유명한 계곡은 많이들 알다시피 물한계곡인데 나는 물한계곡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 동네에도 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촌은 물한리가 아니더라도 어디든 안전하고 깨끗한 계곡이 많은 것도 상촌만의 장점인 것 같다. 온 동네가 거의 계곡에 인접해있기 때문에 우리는 굳이 먼 물한리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얼마 전 체육시간에 잠시 휴식시간이여서 혼자 운동장에 나와 있었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럿이 잇었을 땐 몰랐는데 혼자 있으니까 상촌의 여유로움을 느낀 것만 같았다. 맑고 높은 하늘에 구름이 몽슬몽슬 피어있고, 그 아래 높은 산들이 우리 중학교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서있는 지상에는 높은 소나무들이 쭉쭉 뻗어있었다. 그 광경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 때 나는 '아 내가 상촌에 살고 있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또 상촌의 자랑거리라고 하면 상촌에 있는 우리 중학교다. 우리 중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매우 작다. 작고 아이들도 적다. 하지만 그만큼 즐거움이 적게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배로 행복할지도 모른다. 우리 학교의 옆에도 계곡이 있고 산도 있는데 우리는 가끔 수업을 빼먹고 선생님들과 전교생 모두 계곡으로 놀러가기도 한다. 또 학교 옆에 있는 고반대라는 산을 오르기도 한다. 고반대는 올라가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안ㄶ는 산이라서 솔직히 말해 나는 산보다는 동산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 중학교의 자랑거리는 더 많지만 상촌이라서 가능한 자랑거리는 요정도 있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상촌에 위치한 우리 중학교의 특권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내가 상촌에 와서 변한 점은 상촌을 오니 과자를 덜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집은 유곡리인데 조금 골짜기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슈퍼를 나가려면 차로 5~7분 정도 나가야한다. 대전에 있을 땐 걸어서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던 슈퍼가 멀리 있으니 자연히 과자를 멀리 하게 됐다. 과자뿐만 아니라 인스턴트 음식도 멀리하게 됐다. 과자와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하고 우리 밭에서 자라는 고구마, 감자, 당근, 토마토, 고추, 아욱, 수박 등등 의 유기농 음식을 먹으니 규칙적인 식생활이 잡히고 피부가 더 건강해졌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나는 매일 아침 학교버스를 타고 흥덕리까지 올라간다. 흥덕리를 올라가며 매번 느끼는 건데 흥덕리에서 바라보는 산 밑 절경은 정말 짜릿하다. 우리가 있는 산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산의 사이에 계곡이 흐르고 있는데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뭐랄까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든다. 또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이기도 하다. 매일 고모부께 주변을 살피고 다니지 않는다고 혼났는데 흥덕리에서 그 감정을 느낀 후 주변을 많이 살피려고 노력하고 있다. 흥덕리의 풍경을 본 후 나는 흥덕리보다 길이 더 험하고 높다는 고자리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 곳은 아마 흥덕리보다 더 멋진 관경이 펼쳐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시 이런 경험도 내가 상촌에 와서 경험할 수 있는 것 같다.

상촌이 전국적으로 유명한건 과일이다. 영동 과일이 유명하긴 하지만 나는 영동 중에서도 상촌 과일이 제일 맛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사과, 포도, 곶감, 호두 등등..... 쌀 같은 곡식만 빼면 상촌 땅에서 나는 것들은 모두 맛있는 것 같다. 사과는 내 친구네 가족이 농사짓는 거라 한번 나무에서 직접 따서 먹어봤는데 모양도 예쁘지만 진짜 맛있었다. 직접 따 먹으니 신선했다. 또 포도도 내 친구네 가족이 농사를 지어서 얻어먹어봤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맛이 덜했지만 역시 맛있었다. 그리고 내가 매일 감탄하는 것은 포도송이가 탱글탱글하고 포도 하나에 포도송이가 엄청 많이 달려있는 것이다. 이렇게 맛있는 과일이 많다는 것이 정말 좋고, 여기 와서 포도가 언제 열리고 언제 따는지.....사과가 언제 열리고 언제 먹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상촌 와서 몸소 느끼고 공부하는 게 많아진 것 같아 좋다.

마지막으로 상촌의 겨울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한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보충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초조해 하는 것 같아보였다. 그래서 "선생님 왜 그러세요 ?" 그랬는데 선생님은 "아 눈이 이렇게 많이 오면 수업 못할 것 같은데......" 이러셨다. 골짜기에 사는 아이들이 집에 못 갈까봐 걱정하시는 거였다. 진짜 밖에는 그냥 눈도 아닌 함박눈이 펑펑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곧 바로 교감 선생님이 애들을 보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는 신나서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보니 진짜 미친 듯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정도가 어느 정도냐면 밖에서 10초 정도 있으면 머리에 눈이 쌓일 정도였다. 우산 없이는 집에 가기도 벅차보였다. 내 머리 위에 눈이 소복이 쌓이는 것처럼 산봉우리에도 눈이 소복이 쌓였다. 산이 하얗게 되고 집도 하얗게 되었다. 주변에 산이 많으니까 온 동네가 하얀색이 되었다. 겨울을 좋아하는 나는 가끔 그 날이 그리워서 생각하곤 한다. 요번 겨울에도 그렇게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상촌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이 있어서 있으면 있을수록 내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서 자랑스럽다. 1년과 2년이 다르듯이 아마 상촌에서 산지 3년 째 됐었을 때 나는 더 많은 상촌의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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