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다. 그 전에도 시력이 나빠 TV를 볼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보기는 했지만 궂이 안경을 쓰지 않아도 TV는 잘 보였고,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칠판에 글씨는 잘 보였기 때문에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학교에서 시력검사를 했다. 바닥에 그어져 있는 선을 밟지 않고 서서 벽에 있는 글씨를 보았다. 의사 선생님은 크기가 커다란 글씨와 작은 글씨를 여러 번 짚어 보셨다. 난 잘 보이는 글씨는 대답하고,잘 보이지 않는 글씨는 의사 선생님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시력도 점점 깎였고 '의사선생님은 혹시 글씨를 못 읽어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하고 오해를 하셨다. 그러니 담임 선생님께서 글씨를 잘 읽는 아이라고 해명해 주시기까지 했다. 그 결과 글씨를 못 읽어서가 아닌 시력이 나빠서 그런 것이라고 결정이 났다. 담임 선생님은 엄마를 부르신 후 "주말에 예슬이와 안과에 한 번 가보세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난 주말에 안과 라는 곳을 처음 가보았다. 내 시력은 왼쪽,오른쪽 각각 0.5도 되지 않을 만큼 시력이 나빴다. 그렇게 맞춰진 안경은 엄청 두꺼웠다. 쉽게 말하면 거의 돋보기 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말이다. 그리고 그 안경은 참 신비했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선명하고 잘 보이지만 다른 사람이 쓰면 어지럽고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친구들도 한 번 내 안경을 써본 후에는 "나도 한 번 써보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안경이 친구들에 의해 망가지는 걱정을 따로 하지 않고 마음 편히 안경을 쓰고 다닐 수 있었다. 또 먼지 하나까지 보일 정도로 모든 것이 선명했고,눈이 커보이는 효과까지 있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친구들은 내가 안경을 쓰지 않은 모습을 1년 정도 봤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안경을 벗으면 처음 본 사람처럼 많이 신기해했다. 나 또한 내 안경 벗은 모습이 무척 어색했다. 난 그럴 때마다 안경을 보고 '누구냐!넌!'이라고 많이 생각했었다. 하지만 안경은 내 인생의 절반을 희노애락하며 함께 지내온 물건이다. 이제 난 특별한 이유를 제외한 모든 경우 안경 없이는 못 사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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