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3학년 때,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교실 청소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당장 4학년 교실로 가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우린 어리둥절 하며 4학년 교실로 갔는데 필기도구를 가져 오란다. 결국 우린 필기도구를 들고 다시 4학년 교실로 갔다. 아마 그때 우린 모두 다 '왜 갑자기 필기도구를 들고 4학년 교실로 오라고 했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 우린 시험을 볼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준비라도 했을 것을... 우린 평소 수업 시간에 들었던 말들과 지식을 이용해서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문제가 3학년 수준과 4학년 수준이 섞여 있는게 아닌가! 난 3학년 수준의 문제는 잘 풀 수 있었지만 4학년 수준의 문제는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풀어야만 했다. 우린 시험을 다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며칠 후, 자율 학습 시간에 한자를 쓰다가 예빈이와 나는 갑자기 4학년 교실로 오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난 속으로'혼나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4학년 선생님께서 깜짝 놀랄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보고 영어대회를 나가라는 것이었다. 난 '4학년 선생님께 단 한 번도 영어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무 자료도 없이 우리보고 영어대회를 나가라는 거지?'라고 혼자 궁금해 했다. 난 시간이 조금 지나 저번에 본 영어 시험이 그 자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A4용지에 무언가를 프린트하여 묶은 종이를 주셨다. 그것은 3~4학년 수준의 영어 동요였다. 우린 그 종이를 받고 다시 교실로 돌아와 다시 한문을 쓰기 시작했다. 난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림 대회는 나가보았어도 영어 대회는 단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빈이와 난 매일매일 4학년 교실에서 동요를 외웠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이 양치질을 하고 계셔도 우린 여쭈어 보러 갔다. 드디어 대회에 나가는 날이 되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소풍가는 날과 대회 날이 겹친 것이었다. 결국 대회나가는 언니,오빠와 예빈이와 나 빼고는 모두 소풍을 가버렸다. 거기다 날씨도 곧 있으면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라서 난 속으로 '소풍이나 대회를 갈 수 있으려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가 대회에 나가려고 하자 날씨가 맑아졌다. 우린 고자리로 가는 학교 버스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곳인 영동 초등학교로 갔다. 난 그다지 학교가 어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1학년 때 그림 대회에 나가려고 한 번 온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교실로 가기 위해 슬리퍼를 신고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그 슬리퍼는 내 발보다 거의 3~4배는 컸기 때문에 선생님이 옆에서 잡아 주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계단을 다 오르고 교실을 찾았다. 신발은 우리가 있는 신발장에 놓아야만 했다. 난 이왕이면 신발을 내 옆에 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진주언니가 우리보다 늦게 끝나니까 찾기 쉬울것이라는 계산적인 생각으로 다른 교실임에도 불구하고 난 진주언니 신발 옆에 내 신발을 두었다. 나와 예빈이는 교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이 교실이 다 찰 정도로 많았다. 예빈이와 난 주눅이 들었다. 우린 입을 다물지 못 한채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그렇게 우린 오랫동안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예빈이 뒤에 있던 남자아이가 우리보고 "너희들 3학년 이야?" 라고 물어보았다. 우린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 남자아이는 많이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왜냐하면 난 그 남자아이가 3학년이 아닌 거의 5~6학년 오빠 같이 느껴질 만큼 몸집이 컸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시험을 볼 시간이 왔다. 그런데 동요가 아닌 이론적인 시험이었다. 난 당황한 마음은 뒤로 감추고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하지만 시험지를 낼 때에는 자신이 없었다. 많이 틀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린 다시 계단을 내려와 다른 교실로 가야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진주언니는 우리보다 먼저 끝났고 난 신발이 어디있는지 찾지 못했다. 난 '이 슬리퍼를 신고 집에 가야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결국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그 장면을 현아언니와 명철이오빠가 목격했다. 언니와 오빠는 나에게"왜 울고 있어?"라고 물어보았다. 난 더듬 거리며 "신발...을 잃..어..버렸어..앙~!" 라고 대답을 했더니 언니와 오빠는 나에게 다시 한번 "신발이 무슨 색이야?" 라고 물어보았다. 난 "보라색.."이라고 말했더니 오빠와 언니는 뛰어가며 신발 하나를 내 앞에 들고 왔다. 그것은 보라색 이었다. 하지만 색깔만 같았을 뿐 내 신발이 아니었다. 조금 있으니 명철이오빠가 신발을 가지고 왔다. 그것은 내 신발이었다. 난 훌쩍 거리면서 오빠에게 고맙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보라색 신발의 주인은 자신의 신발이 갑자기 없어져서 얼마나 당황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다음 장소로 가려면 신발을 벗고 가야한다고 했다. 난 신발을 들고 1층으로 내려와서 다음장소로 갔다. 도착하니 아까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예빈이와 난 또 다시 한번 놀라야 했다. 차례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문을 열고 교시로 들어가니 내 앞에는 편지봉투가 많이 있었다. 선생님들께서 거기서 하나 집으라고 하셨다. 편지봉투를 열어보니 그 안엔 하얀 종이에 '색깔'이라고 적혀있었다. 난 색깔에 관련된 노래를 불러야 했다. 난 노래를 다 불렀다.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색종이를 나에게 보여 주시면서 "What color is it?"(무슨 색깔 입니까?)라고 물어보았다. 난 그 색깔에 맞추어 대답을 했다. 드디어 대회는 끝이 났다. 우린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갔다. 며칠 후,우린 한자를 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담임 선생님께서 우릴 부르시더니 "너희들이 저번에 나갔던 영어대회 명단이야."라며 보여 주셨다. 예빈이와 난 모두 은상을 받았다. 비록 고생한만큼 높은 상은 받지 못했지만 처음 나가보는 영어대회 였기 때문에 난 그런건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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