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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박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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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1)
작성자 박예슬 등록일 11.05.31 조회수 35

내가 10살 때, 처음으로 부반장이 되었다. 그냥 나갔는데 어떨결에 뽑힌 것이었다. 반장은 예빈이, 부반장은 나와 대건이. 이렇게 사건은 시작 되었다. 난 그때까지만해도 반장이 되든 부반장이 되든 선생님이 부르시면 "예!" 하고 달려가 선생님이 시키시는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날, 점심을 먹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6학년 언니들이 우리 교실에 와서 예빈이와 나 그리고 대건이를 부르더니 "너희들 이거 해야해."하며 우리에게 무언가가 적힌 A4용지를 주었다. 우린 차근차근 읽어 보았다. 학급회의에서 미화부,체육부 등등 어느쪽으로 등록할 것이냐는 글이었다. 당시 우린 미화부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래서 6학년 언니들에게 물어보니 "그림 그리는 거야."라고 얘기했다. 나와 예빈이는 그림을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미화부를 선택했다. 대건이는 역시 체육부를 선택했다. 우린 며칠 지난 후 과학실에 모이기로 했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우리 셋은 필기도구를 들고 과학실에 갔다. 우린 과학실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 때 주리언니가 와서 내 옆에 앉았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두웠는데 우린 그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오고 말씀을 하셨다. 우린 귀담아 듣고 있는데 얘기를 하면 할수록 이상해졌다. 자꾸만 미화부에서 그림 얘기가 아닌 청소 얘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우린 깨달았다. 미화부가 그림 그리는 것이 아닌 청소를 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우린 서로를 마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문제점과 해결을 우린 팔이 마비될 정도로 많이 적어야 했고, 처음이라 어느 부분에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하는지 몰랐다. 그걸 본 주리언니가 우리에게 "여기엔 이걸 적고,거기엔 이걸 적는 거야."라고 가르쳐줬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주리언니가 없었으면 우린 그동안 멍 하니 넋을 놓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점을 찾느라 고생을 해야했고, 수업시간을 5~10분 정도 놓치기 일쑤였다. 거기다 그때만 해도 과학실 의자가 삐걱거려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고,아무리 형광등을 켜도 조금만 어두워지면 과학실 안은 공포영화에 나오는 현장이 따로 필요 없었다. 그렇게 한 학기가 끝이 났다. 우린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졌고 누구인지 몰라도 다음에 반장이 될 친구를 생각하며 '고생 좀 할거다.'하고 생각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과학실에 공사를 해서 예전처럼 의자가 삐걱 거리지도,어둡지도 않았다. 거기다 학급회의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린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단지 시기를 잘 못 마추어 그런 고생을 하다니... 그 후,난 두 번 다시 반장이든 부반장이든 하지 않았다. 아예 그냥이라도 나가지 않았다. 다시는 그런 고생을 하기 싫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닭살 돋는,여름에 하는 공포영화 보다 더 무서운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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