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일째에 걸쳐 보던 시험의 마지막날이었다. 첫날에는 수학, 사회, 한문이었고, 둘째날에는 영어, 국어였고 마지막날인 오늘 과학, 미술, 정보를 보았다. 결과는 비밀이다. 그런데 공부 하나도 안한 것을 시험볼때 더욱 빨리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확실하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반 모두가 그러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할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말이다. 나는 정보 시험지에 내 필통안에 있던 8가지 색이 있는 볼펜을 꺼내 마치 잭슨 폴락이 된마냥 닥치는 대로 그렸다. 초록색으로 산을 그리고, 파랑색으로 강을 그리고, 주황색으로 집을 그리고, 보라색등으로 포도나무를 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 위에 검은색으로 먹구름을 그리고 그 바로 밑에 노란색으로 번개를 그렸다. 그런데 다 그리고 감상을 해보니 이 모든 그림이 다 내 현재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연필을 들고 그 옆에다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
'검은 먹구름이 번개를 동반한채 몰려온다. 산을 병풍삼아 강을 담장삼아 평화롭게 지내던 초가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도나무를 심고 자급자족하던 평화로운 초가집도...'랑 비슷한 내용이었다. 제목은 시험이라고 지었고, 부제를 내 머릿속으로 지었다. 내가 생각해도 평생 제일 잘 쓴 시같다. 그러니까 검은 먹구름과 번개는 시험이고, 평화롭게 지내던 초가집은 내 머리, 포도나무는 그냥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가 쓸일 있으면 꺼내쓰던 내 지식들. 이러면 이해가 좀 쉬워질라나?
그리고 시좀 감상하고 있다가 시험을 본 과학실 옆에 달려있는 커튼(?)에 있는 세계의 우주의역사인가 그것좀 보다가 엎드려 있다보니 종이 쳤다. 이걸로 모든 시험이 끝났다. 행복했다. 그런데 4교시는 정규수업이란다. 그런데 미술이다. 우리반 애들이 선생님께 졸라서 쉬자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무조건 어떻게든 책을 구해서 읽으라고 하셨다. 나는 오늘 책읽기 시간에 읽으려고 가져온 '주홍색 연구'를 읽었다. 어제 9시부터 읽기시작해서 10시에 잤는데 1시간동안 230p 분량의 책을 반정도 읽었다. 이게 1부 2부 나뉘어져있는데 어제 1부 다 보고 잤으니까.
그래서 4교시에는 2부의 앞부분을 약간 읽었다. 근데 이어지지 않는 거같은데 뒷부분보면 이어져있다. 아마 1부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데 주력을 둔 것 같고, 2부는 그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를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 역시 아서 코난 도일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으로 오늘 일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시험 끝나서 홀가분하기도 하거니와 주홍색연구라는 다 읽지못한 책이 있으니 좀 빨리 마쳐야 될 듯 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참 좋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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