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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대전신일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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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도 더럽게 없는 날
작성자 이정연 등록일 12.06.07 조회수 17
6월 6일 현충일, 수요일........ 제일 재미없는 과목이 들은 날, 또 제일 지쳐있는 날이다. 그런 지옥같은 수요일에 현충일이라는 황금같은 날이 왔다. .........황금같은 날이라고 하면 안 될 슬프고 감사한 날이지만 한 편으로는 참 기분이 좋은 날이다. 다음 공휴일은 개천절인 10월 3일인데 까마득하다. 어쨌든 슬프고 감사한 현충일을 맞아서 나는 민수 오빠 면회를 가기로 했다. 다른 아이들은 안 가고 나와 예진이언니만 가기로 했다. 약속 시간은 12시. 12시까지 정부청사로 가야하니까 11시 10분 쯤에 버스를 타야 그 쯤 도착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공부할 겸 그냥 테미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버스 618번을 타고 테미고개에서 내려 그 언덕을 힘들게 올라갔다. 가면서 불안 불안 했다. '저번에 분명 일주일에 한번 쉬고 공휴일도 쉰다고 한 것 같은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쉰다고 써있었다. 정말로 벙쪘다. 지금 여기서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다시 집에 가야하는가. 나는 대체 왜 이 무거운 짐들을 가지고 이 곳으로 돈을 버려가면서까지 왔는가. 공부하기로 마음 잡고 왔는데 이 아까운 시간들은 어찌 할 것인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멘탈 붕괴. 멘붕이 온 것이다. 한 동안 그 자리에서 생각에 잠겼다. 집으로 돌아가기엔 시간과 돈이 아까웠다. 7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9시에 나와 9시 40분경에 도착했는데 난 정말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언덕이라 그런지 멀리 건물들까지 잘 보였다. 그 중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큰 건물의 '삼성 생명' 그 곳이 뭐하는 곳인지 나는 잘 모르지만 그 지하에는 큰 서점인 계룡 문고가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래! 저기로 가자.' 버스 타고 갈까 생각했지만 요즘 운동도 안 하고 불규칙적으로 많은 양의 밥과 간식을 먹어서 탈이 났기 때문에 이 때라도 운동을 하자! 하고 걸어가기로 했다. 대충 어느 쪽으로 가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테미도서관에서 그 곳까지 걸어가본 것은 처음이라서 다 처음 본 길 같았다. 그냥 내 직감대로 걸어갔다. 왠지 저 골목이 맞을 것 같다 하면 그 곳으로 가고 또 큰 길을 거쳐서 가니 삼성 생명이 나왔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하니까 책이라도 오지라게 읽고 가자!(요즘 정말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뿌듯해 죽겠다.) 라는 마음으로 길을 건너갔다. 표지판이 보였다. 그런데 또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도서관도 안 하는데 서점이라고 할까?' 설마가 사람 잡는다. 아예 셔터까지 쳐 있었다. 2차 멘붕이 왔다. 난 왜 여기까지 왔는가. 그냥 집으로 가서 닥치고 공부할 걸 왜 이런 아까운 시간을 버렸나. 그런 불길한 예감은 도서관에서 하지 여기까지 와서 왜 이제 생각이 났나. 난 정말 바보인가. 나만 쉬는게 아니라 다 쉬는데 왜 그런 생각은 못했나. 아오 진짜 열 받았다. 그 자리에서 아까보다 더 오랜 생각을 했다. 결국 11시에 오빠 면회가야하는데 그 아까운 시간 다 버리고 그냥 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냥 집에 가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약간의 멘붕이 왔다. 아, 여기 버스가 있나........... 가까운 정류장으로 가니 바로 가는 건 없었다. 나는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에 갈아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조금 걸어가서 중앙로역에서 620번을 타고 갔다. 그리고 남대전등기소에서 내려서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집에서 바로 침대에 뛰어들어갔다. 나는 용모를 단정히 하는데 들인 시간 2시간과 별 소득 없이 버린 시간 2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그냥 포기했다. '쉬는 날 공부는 무슨. 그냥 30분만 티비보다가 나가야겠다.'하고 누웠다. 그런데 예진이 언니한테 문자가 왔다. '2시에 만나자!' 3차 멘붕이 왔다. 나갈 시간 얼마 안 남아서 공부하기 애매해서 실컷 놀고 있었더니 2시에 만나자고 하다니. 그럼 공부할 걸. 시간 충분했는데. 오늘은 정말 내가 운이 없구나. 왜 이럴까 정말. 별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다. 공부할 마음이 싹 없어졌다. 그대로 나는 뻗어서 티비를 봤다. 이 시간이 참 아깝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1시가 되고 나는 또 618번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24개의 정류장을 거쳐서 정부청사에 도착하는 버스이다. 컴퓨터에 쳐봤더니 아마 52분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2시에 약속이 있기 때문에 1시에 나갔다. 익숙한 길을 거칠 때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길을 거칠 때도 있었다. 정말 버스에서 엠피쓰리를 들으며 이렇게 밖을 보는 건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이 버스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좋았다. 또 테미고개를 거쳐 성모병원을 거쳐, 세이백화점을 거쳐 롯대백화점을 거쳐 둔산초를 거쳐 을지로 병원을 거쳐 드디어 도착한 정부청사! 1시 45분이었다. 딱 32분 걸렸다. 오차가 어마어마 했다. 20분 오차다. 나 참, 요즘 컴퓨터도 믿을게 못 된다. 거기서 약 30분을 기다렸다. 예진언니는 뒤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했다. 난 정말 오늘 운도 더럽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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