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졸업사진을 찍는 날이었다. 이렇게나 빨리 찍다니 예상도 못한 일이었다. 오늘은 졸업 사진의 꽃인 개인 사진을 찍는 날이었다. 나는 오늘 아무 생각 없이 학교에 갔다. 그리고 귀찮아서 처음으로 고데기도 안 하고 갔는데 생각해보니 졸업 사진 찍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난리였다. 비비 떡칠에 아이라이너는 기본이고 쌍액, 마스카라, 뷰러, 쌍테, 렌즈도 기본이고, 하이라이터까지 준비했다. 혜민이는 비비와 마스카라만 했는데 화장한 게 바로 티가 났다. 눈도 크고, 워낙 쌍까풀이 진해서 딱 티가 났다. 아이라이너까지 한 아이보다 더 티가 났다. 어쨌든 아이들은 그 때부터........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겠지만......... 개 난리였다. 여기저기서 “나 미스트!!! 뷰러 있는 사람!? 아 나 화장 다 떴어.” 등등 어수선하고 시끄러웠다. 심지어 나는 내가 잘못된 건줄 알았다. ‘화장 안하면 이상한건가? 아이들이 이상하게 생각 할까?’ 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어차피 화장 그렇게 하고 나면 후회할 게 분명하다. 10년 뒤에 졸업앨범을 보면 창피할 것 같다. ‘화장을 왜 했지? 할 거면 예쁘게 좀 할 걸......... 머리는 왜 이래?’ 등등 별 생각이 다 들 것 같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이 생긴 아이들까지도 전부 다 화장을 했다. 그리고 안경을 끼고 다니던 아이들은 다 써클 렌즈를 끼고 왔다. 나만 안경을 쓴 것 같다. 나도 벗고 싶었는데 그냥 끼고 찍었다. 우리 반에서 화장을 하지 않고 찍은 아이는 나를 포함해 5명? 6명? 밖에 안 됐다. 선생님들도 별로 뭐라고 하진 않으셨다. 내가 1번이기 때문에 시청각실로 내려가자마자 찍었다. 역시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오후에는 단체 사진이었는데 1번부터 5번까지 6번부터 10번까지 이렇게 5명씩 찍었다. 역시 오후에도 시청각실로 내려가자마자 사진을 찍었다. 팔을 허리에 올리고 미소 짓고 한방, 브이하고 한방. 화장 안 한 내가 제일 예쁘게 나왔으면 어떡하지? 왠지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렇게 개 난리를 피웠는데......... 농담이고 그래도 난 예쁘게 나왔을 것 같다. 여긴 졸업 사진 찍는 것도 너무나 소란스럽다. 남자 애들이 있었으면 내숭 떠느라 집에서 화장하고 오거나 화장실에서 할 텐데 남자 애들이 없으니까 더 난리였던 것 같다. 화장을 안 한 내가 이상한 사람 같았다. 그래도 고데기는 하고 갈 걸........ 후회된다. 뭐, 단체 사진 찍을 때는 친구 거 빌려서 했지만......... 졸업 사진을 찍어서 그런 가 너무 피곤하다. 쉬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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