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편지로 인사드리네요.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선생님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때는 선생님이 엄청 재미있고 친근하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것 같아요. 보통은 큰학교같으면 교장선생님이랑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데 우리학교는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좋은것 같아요. 오늘 선생님이랑 탁구를 쳤는데 선생님 너무 잘치세요. 그리고 교장선생님과 학생이 족구를 할 수 있다니 정말 좋은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 말씀드릴것이 있어요. 오늘도 제가 교장선생님께 불려갔어요. 문예창작 때문이죠. 문예창작은 매일 글을 쓰는 우리학교만의 프로젝트죠! 저는 3년째 매년 200편의 글을 뽑아내고 있어요. 처음 상촌중학교에 들어와서는 문예창작이 많이 낯설어 '어떻게 써야지?', '무슨 말을 써야지?' 하고 고민했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또 지금의 3학년이 되니 이제 글의 틀을 어떻게 잡아야 되고 어떤 이야기를 써야할지 '느낌' 을 느낄수있는 능력이 생긴것 같아요.(아직 분발해야 하지만!) 그래서 학교 문예창작 시스템에 매우 감사하고 있어요. 선생님 제가 제목만 써놓는 이유는 다음날 그 글을 쓰기 위해서에요. 단 30분만에 많은 글을쓴다는것은 정말 무리스러운 이야기에요. 그리고 저는 글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때문에 많이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글에 생각을 담는것에 더 초점을 두고있어요. 왜냐하면 많이쓰는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일이지만, 저는 다른사람이 나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글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다보니 다른애들보다 조금 늦어질 지도 모르지만 계획했던대로만 한다면 연말에는 200편짜리 굵직한 책을 출판할 수 있을것 같아요. 어쨌든 제가 홈페이지에 미리 제목만 적어놔서 올려놓는것에대해 뭐라고 말씀하시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 나름대로 페이스유지를 하는것이고, 선생님이 그걸 몰라주시고 매일 교장실로 불러내어 "넌 천하에 나쁜놈이야!" 라고 말씀하시면 제 글에 안 좋은 심상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그 누군가가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제 글을 읽는다하면 실망할 수 도 있어요. 왜냐하면 앞쪽에 있는 글들은 미리 생각해두었던 주제를 압축시켜 제목만 써놓은 거라서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책을 출판한다는 것에서 지금 이 시점의 시간개념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짜피 연말에 나오는 책은 200편이 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저는 매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보이지 않는 선에서 ) 저에게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매일 모두 다르고, 또 독자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쓴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나 감동있는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까?' 를 매일 고민하면서 글을 쓰기때문에 생각나는데로 제목을 미리 올려놓으면 글을 쓰기가 참 편해요. (감동이 있을지 재미가 있을지는 독자들이 판단하는 몫이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저만의 '노하우' 라고 생각해요. 계속 나쁜놈이라고 하지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아무튼 저희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좋은 책 만들어서 선생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