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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
작성자 박예슬 등록일 12.11.11 조회수 21

*잠시..이별..*

 

유린이와 검둥이가 친구로 지낸지 벌써 삼 년이 지났다. 유린이와 검둥이는 그 사이 몰라보게 자랐고,성장한만큼 우정도 돈독해졌다.

"월!"

어느 따뜻한 봄 날 오후,검둥이가 사료를 입에 물고 온 채 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린이를 부르고 있었다. 유린이는 그 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다.

"밥은 꼭~잘 챙겨요~"

"월!월!"

검둥이는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며 산처럼 밥그릇에 가득히 있는 사료를 허겁지겁 먹었다.

"으이그..이 돼지!매번 하는 말이지만 아빠가 이름을 잘못 지었어..검둥이가 아니라 돼지로 지었어야 하는건데.."

"유린아!"

멍하니 검둥이를 바라보고 있는 유린이를 아빠가 불렀다.

"왜?"

"잠깐만 이리와봐."

'뭐지?'

유린이는 아빠가 부르는 쪽으로 걸어갔다.

"저..유린아..너한테 아빠가 할 얘기가 있거든?"

"뭔데?"

"이제 너도 초등학교 졸업했고..중학생이 되잖아..그래서 네 교육 문제 때문에..그게.."

"교육 문제?아빠 설마..."

"음..아빠랑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초등학교는 몰라도 중학교 부터는 시골보다는 도시가 좋지 않을까 해.."

"아빠.."

"그래서..서울에 있는 작은 아빠 집에 가는게 어떨까?물론 네가 반대할 거라는 건 아빠도 충분히 알아. 하지만 이건 네 미래를 위한 거니까 아빠 말을 들어줬으면 해."

"아빠.."

"그리고 곧 있으면 다른 학교로 입학하기 어려워 질거야.. 아빠랑 엄마도 힘든 선택을 했어.."

"작은 아빠네는 아파트에 살잖아. 그러면 검둥이도 같이 못 가잖아.. 검둥이만 같이 갈 수 있으면 나 어디든 상관 없어. 근데 아니잖아.. 검둥이랑 떨어져 지내야 하는 거잖아. 나 안가. 안 간다고!"

"아빠가 다 이해해!근데 이건 네 미래를 위한거야. 검둥이랑 떨어져 있는 건 잠깐이면 되잖아. 서울에서 여기까지 특별히 먼 것도 아니니까 주말마다 오면 되는거고. 안 그래?"

"아..빠..!"

"소리지르지 말고 아빠 말 들어!아빠가 너 생각해서 그런거니까. 또 조금만 참으면 괜찮은 조건 아니야?"

"아..아.."

"이 가정 환경에서 네가 중학교를 다니기 위해 도시로 나가지 않으면 주위에서 널 손가락질 할거야. 아빠는 그런 거 절대로 못 봐!검둥이랑 조금만 떨어지면 되는거야!알았어?"

"하..아..아..알았어..가면 되잖아.."

"정말?정말이냐?간다는 거 정말이야?"

"어..정말이야.."

"다시 마음 바뀌면 안돼!훗.."

유린이의 아빠는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다시 일을 하러 나갔다. 유린이는 아빠가 대문 밖으로 나간 후 그대로 풀석 주저 앉아 버렸다.

"학교..도시로..이별..검둥이와..하..흑..흑.."

유린이는 그 자리에 앉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 검둥이와 이별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흑..이제 겨우 유일한 친구 하나 얻었는데..흑.."

그때 밥을 다 먹은 검둥이가 유린이의 곁으로 다가왔다. 검둥이도 슬퍼 보였다. 유린이는 검둥이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검둥이는 유린이의 뺨을 핥아 주었다. 그렇게 둘은 그 날 오후를 눈물로 보냈다.

 

 

어느덧 유린이가 중학교를 다니러 서울로 올라가야 할 때가 왔다. 유린이는 가방에 짐을 쌌다. 여러 옷가지,책,검둥이와의 추억이 가득 담긴 앨범. 유린이는 그렇게 짐을 싸서 밖으로 나갔다.

"유린아..주말마다 오고..힘들 때 마다 전화 해..알았지?"

"응. 엄마.."

그때 검둥이가 유린이를 향해 걸어왔다.

"검둥아 너도 잘 지내..아프지 말고..알았지?"

"..."

유린이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서울에서 내려온 작은 아빠의 차를 타러 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애 썼다.

'돌아보면 안돼..돌아보면 안된다고..마음 약해지면 안돼,하유린.. 잠깐이면 돼.. 아주 잠깐이면.. 그렇게 길지 않을거야..'

이렇게 수백 번,수천 번 되뇌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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