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내 머릿속에 인애가 문예창작으로 나에게 쓴 편지가 지나갔다. 그렇게 강물이 흘러가듯 편지의 내용이 지나가고 있는데 어떤 추억 하나가 떠오르면서 편지 속에 있는 말 한마디와 추억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바람에 날리는 가루처럼 사라졌다. 예슬아.예슬아.예슬아...7년 전,나는 1년동안 인애와 함께 유치원을 다녔었다. 인애는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었고 언제나 나보고 "예슬이 언니"라고 불렀었다. 그렇게 나는 인애에게 "예슬이 언니'라는 말을 들으며 어느덧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를 입학하게 되었다. 나는 인애와 같이 초등학교를 입학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애의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예슬이 언니"라는 말을 학교를 입학한 후 거의 2년 간 지겹도록 들어야 했다. 우리는 작고 귀엽던 1학년에서 어느 덧 후배들도 볼 수 있는 3학년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선생님이 우리반 아이들 앞에서 인애에게 한 마디를 하셨다. "인애야.같은 학년이고,같이 학교 다니는데 왜 자꾸 애들보고 언니,오빠라고 하니?오늘부터 언니,오빠라고 하지말고 이름 부르도록 해라." 난 생각했다. '이름...그것도 꽤 괜찮네...' 선생님의 말씀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반 아이들이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그 후 우리는 인애가 우리에게 언니,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금지 시켰다. 만약 인애가 나보고 "예슬이 언니!"라고 불렀다면 우리는 "야!이름 부르라고 했지!!"라며 인애에게 혼을 냈다. 그렇게 우리반은 인애가 언니,오빠 호칭을 쓰는 것을 금지시키고 이름을 부르도록 함으로써 인애는 끝내 지금처럼 "예슬이 언니!"가 아닌 "예슬아!"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난 그때를 회상하면서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호칭 하나 때문에 그렇게 심각하게 굴었던 우리도 그렇고,실수로 "언니!","오빠!"라는 말을 쓰고 작은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인애도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그런 일이 없었으면 지금 처럼 인애와 편하게 지내지 못했을 것이고 인애는 아직도 나보고 "예슬이 언니!"라고 부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두번 다시 인애로부터 "예슬이 언니!"라는 말을 듣지 못하니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다. 난 그때 그 일로 인해 편하게 반말할 수 있는,심심할 때 괜히 서로 "야!"하고 한번씩 부를 수 있는 그런 반말 친구가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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