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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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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그 자체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2.10.23 조회수 21

나는 오늘도 6교시 종이 땡 하고 치면 교실에서 놀다가 역사선생님이 오실 때 쯤에 청소하러 갔다. 내가 청소하는 구역은 U-Class다. 야자 한 다음날이면 청소하는게 아주 죽을맛이지만 야자를 안 하는 날이면 청소 안해도 되서 좋은 곳이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화, 수, 목은 청소하고, 월요일하고 금요일은 그냥 하고싶은 날 하나 골라서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근데 뭐 청소하는 날이 훨씬 많은 곳이긴 하지.
하여튼 오늘도 청소를 했다. 내가 원래 청소기로 청소를 하는데 어제 보니까 필터에 얼만큼 이물질이 있는지 표시하는것이 꽉 차있었다. 필터 비우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청소기 필터 비우는 것은 내년에 U-Class 청소 하는 사람에게 맏겨두겠다. 누군지 모르지만 나는 그 사람이 할 것으로 믿는다. 설마 내년에도 U-Class 청소를 하겠어? 설마가 사람을 잡아도 너무 많이 잡았다지만 나는 안잡힘.
그런 고로 나는 빗자루로 청소를 했다. 조규상이 영어 전용교실 청소하고 나서 뺏어왔다. 뺏어와서 늦은만큼 빨리빨리 청소했다. 사실 U-Class에서 청소하기 귀찮을 때 하는 노하우가 몇 개 있다. 원래 평범한 날에는 그냥 청소기 돌리면 그만이지만 귀찮다 싶으면 그냥 크게 보이는 쓰레기만 버리면 된다. 주로 맨 뒷자리에서도 맨 왼쪽 자리하고, 앞에서 4번째 줄에서 왼쪽에서 두번째 자리 하고 바로 그 뒷자리하고, 왼쪽에서 세 번째 줄에서 앞에서 첫번재 자리 아니면 세번째 자리이다. 내가 거기 누구앉는지 아는데 내가 인권을 존중해주겠다. 절대 남희정누나하고 우섭이형, 성훈이형, 남형우, 우성제 자리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다 쓸고 나서 쓰레기통을 비우러 갔다. 근데 누군지 파워에이드를 5개나 먹고 버려놨다. 분명 우섭이형이다. 맨날 파워에이드만 먹고 말이야. 아주 빨간색하고 파란색하고 골고루 먹었네 그냥. 딱 나오니까 우섭이형이 멀리서 보이기에 찾아가서 뭐라 했다. 그랬더니 기껏 한다는 변명이 먹고 나서 책상에 넣어뒀다가 한번에 버렸다는 것이다. 그게 더 나쁜 건지 모르는건가?
뭐 나는 대인배니까 그정도에서 넘어가줬다. 쓰레기버리는 곳에 도착했다. 파워에이드 병 5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종이다. 가끔 비닐같은 것이 나오긴 하지만 그거야 따로 골라내면 된다. 일단 종이 버리는 곳에 쓰레기통을 다 부었다. 콸콸콸 쏟아져 나오더군. 쓰레기통 솔직히 이틀에 한번 비우는데 꽉 찬다. 선생님들이 U-Class에 먹을 거 들고오지 말랬는데도 그렇게 많이 나온다. 근데 비우던 도중에 뭔가 내 손에 닿았다. 물이다. 뭔 놈의 쓰레기통에 물이 들어가있어. 내가 물이 닿은 것을 보고 0.1초도 안되서 손을 빼서 교복에 묻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아 누가 여기다 물버렸어. 내가 종이에서 비닐 몇개를 일반 쓰레기에 골라내고 나서 바로 뛰어서 손 씻으러 갔다. 근데 물이 나오가다 갑자기 순식간에 뚝 끊겼다. 이제 수도 마저도 나를 농락하고 있다. 그 옆자리는 또 잘나온다. 뭐지. 손씻고 나서 쓰레기통을 U-Class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모든 상황을 끝이 났다. 아주 그냥 내가 전에도 생각했는데 몇 몇 아이들이 품격이 없는 듯.
끝이다. 쓸 거 다 썼다. 아주 쓰레기통이 혼돈 그 자체야. 영어로 Chaos. 카오스라고 읽음. 내 글 읽는 사람중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뜨끔할거다. 앞으로 U-Class 깨끗하게 쓰자. 청소하는 내가 매우 귀찮다. 아 참고로 이 글은 감상문이다. 일기같지만 감상문이다. 일기 44개 써서 못 쓴다. 하필이면 死死개다. 죽을 사가 두개야. 독후감같은 거 쓸때 줄거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필도 38개나 써서 못한다. 그냥 양이 없는 감상문으로 하자. U-Class 청소 후기. 양심이 있으니까 편지라고 하지는 않겠다. 그럼 이제 시간이 다 되어서 글을 마치겠다. 교장선생님 말씀처럼 품격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U-Class에 쓰레기 버리지 말자. 다른 데에 버리는 것은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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