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와서 점심시간에 족구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교실에서 하염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는데 1시쯤 되니까 누군가 1학년은 반장, 부반장만 오고 2-3학년은 전부 U-Class로 오라고 하셨다. 가니까 화면에 무슨 회의라고 적혀있고, 주제는 4월 며칠날 소풍을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것이었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다 끝나면 누구보다 먼저 나가려고 했는데 역사선생님께서 부회장은 앞에 나가서 뭘 쓰라고 하시기에 나가서 보드마카들고 그냥 서있었다. 하다가 제안이 나오면 받아 적으라고 하셨는데 제안이 달랑 2개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롯데월드를 가자는 소리가 나오고, 곧이어 에버랜드에 가자는 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다수결을 했는데 16명중에 롯데월드 1명에 에버랜드 15명이 나왔다. 남희정누나가 롯데월드 가자고 했다가 성훈이형이 혼자 가라고 해서 조금 잠잠해졌다. 그러고 서있다가 종이 치고 무슨 임명장인가를 받고 교장선생님 말씀을 듣고 끝이 났다. 5교시가 기가였는데 무슨 얼룩을 빼려면 무슨 약품을 쓰고 어떻게 빼야하는지에 대해서 배웠다. 그러다가 세탁기로 빠는 것과 빨랫비누로 빠는 것중 어느 것이 더 환경오염이 덜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세탁기의 3가지 종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었는데, 첫번째는 무슨 회전을 사용하는 세탁기인데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나고(나중에 보니 와류식이라고 함), 두 번째는 매직봉을 이용해서 막 때리는 건데 옷감이 잘 손상이 되서 안한다고 하고, 세번째는 드럼세탁기라고 한다. 위에서 떨어지는 힘을 이용해서 하는 거라던데, 나야 세탁기에 대해서 자세히 알 필요없으니까 그냥 넘어갔다. 그 후에 어쩌다가 영어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선생님께서 나보고 2억받고 영어 배울지, 5천만원받고 한국어만 쓸지 고르라고 하시기에 나는 5천만원받고 한국어만 쓴다고 했다. 돈을 4배 더 받는 대신에 그 만큼 시간을 더 빼앗기게 되고, 그런 시간을 잘 써서 돈을 더 잘 벌수도 있다고 내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이런 빌어먹을 물질만능주의 시대에서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영어말고 쉬운 일본어를 배우면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일본어는 별 소용이 없다고 하셔서 내가 중국어는 어떠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하시다가 나중에는 영어, 중국어를 한꺼번에 배워야 한다고 하셨다. 영어 하나 제대로 못하는데 중국어까지 언제 하라는 거지. 사회는 나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것 같다. 이러다가 뇌에 과부하가 걸려서 제 명에 못살고 죽으면 어쩌라는 거지. 머리에 든 것이 많아봐야 죽으면 끝이고 쓸 데도 그리 많이는 없는 것 같은데. 하여튼 나는 학교에서야 열심히 공부하면 되고, 집에서는 숙제만 해가면 되고. 선생님께서 원소기호같은 것을 외워오라 시키면 한꺼번에 외우면 되는거지. 하여튼 왜 일기에서 수필적인 느낌이 나는 거지. 이건 내가 잘못쓴게 아니라 뇌가 착각하는 것이다. 하여튼 기가 시간에는 뭐이리 생각할게 많은지 모르겠다. 이건 아마 나뿐만이 아닐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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