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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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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남아도네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2.03.14 조회수 43

해는 달에게 쫓겨 도망가고
달은 해를 쫓아 열심히 뜀박질하던 시간에

나는 내 자리에 멍하니 앉아
정신줄을 조금씩 놓고 있으니
이게 곧 유체이탈이요
곧 초능력이라

아무리 천하가 태평한다고 한들
이보다 더 지루할 수가 있겠는가

집에서 깜빡하고 문제집 안들고온 내 잘못이지
생각하면 5분안에 까먹는 내가 잘못이지

숙제는 다 한지 오래
할 일은 이미 끝났는데
난 여기서 무얼하는가

김소월이 임과 이별해
그리움만 사랑의 정서를 노래한들
나하고 무슨 관련인가

처음에는 아름다운 시였지만
몇십분 내내 같은 시만 보니
어찌 질리지 않겠는가

시간은 엎질러진 물처럼
여기저기 퍼져만 가는데
나는 여기서 시간죽이기 게임이나 하고 있으니
10년 뒤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구나

차라리 숙제가 산더미만치 쌓여있으면 좋으련만
이토록 긴 긴 지루함에 날 던져 넣을라걸랑

차라리 날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뜨려다오

차라리 날 염라대왕 앞에서
신명나게 춤판을 벌리게 해달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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