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연히 내가 2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썼던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 일기장을 보기 전에 '아.. 정말 오랜만이다.. 그때는 정말 글씨체도 괜찮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일기장을 펼쳤다. 그 다음 나의 반응은 한 마디로 말해서 "허걱!"이었다. 완전히 글씨체가 이상했으니까... 거기다 글자의 받침이 틀린 것이 간혹 보이기도 했다. '그때는 어렸으니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3학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예전에는 글씨체가 예뻤다는 자부심을 가져왔던 나로써는 정말 헤어나올 수 없는 충격의 바다였다. 그 속에서 나는 허우적, 허우적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간신히 정신줄을 잡은 나. 다시 객관적인 시선으로 일기의 내용을 보았다. 또 다시 충격의 바다에서 허우적, 허우적... 너무 유치했다!!! 대략 내용은 이러했다. 일기를 쓰던 그 날 현지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면 "나는 오늘 현지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무척 재미있었다. (중략) 오늘은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이것은 과연 무엇인가... 은규가 이번에 '초등학생처럼 일기쓰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때는 '초등학생이 그런 식으로 일기를 쓴다고? 크크크... 웃기네.'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이 지금에는 완전한 공감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도 일기를 차근 차근 읽어 내려가니 그 당시의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오르는 것 같았다. 또 '선생님이 이런 답글도 달았었네? 그때는 안 읽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끔씩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유치하기도 했고, 순수하기도 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항상 집에서 엎드려 연필로 끄적 끄적 일기를 써내려 가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지금도 노력한다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순수했던 그때로. 왠지 노력해도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슬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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