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에 대해서 딱히 좋은 기억은 없으니까 인사는 생략한다. 살다가 형한테 편지를 쓸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편지쓰는 목요일이기도 하고 쓸 것도 딱히 없어서 쓴다. 본론은 딱 이거야. 형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나를 괴롭히면 안돼. 생각을 해보자. 이번에 와서 4살차이나 난다면서 이유없이 나를 괴롭혔지. 게다가 그 4년 동안 밥도 많이 먹어서 힘도 세고 말이야. 그런데 앞으로 13년 정도가 지났다고 생각을 해봐. 나는 29살이고 형은 33살이야. 나는 20대고, 형은 30대라 이 말이지. 그럼 누가 더 셀까? 뭐 그때까지는 비슷하다 치더라도 지금으로부터 50년이 더 지났다고 생각을 해보면 형은 70대고 나는 60대야. 게다가 나는 매일 운동하는데 형은 운동도 안 하잖아. 그러면 내가 이기겠지? 그래서 나를 괴롭히면 안된다는 거야. 지금까지는 형한테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 요즘에는 지영이 누나도 형처럼 나를 괴롭히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옛날에 나랑 같이 종이컵으로 물고기잡는다고 나대던 소소한 기억은 있단 말이야. 엄마한테 말 들어보면 형이 죽도 못먹었던 어린 나에게 옥수수를 먹였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리고 형에 대한 내 첫기억도 형이 나를 괴롭혀서 내가 운 것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라도 괴롭히지 말라고. 괴롭히지만 않으면 말도 재미있게 하는 좋은 형인데 말이야. 물론 그 중에 43%는 어이가 없어서 웃는 거긴 하지만 말이야. 뭐 그냥 그렇다고. 안 할 거면 말고.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거든. 끝이야. 내년에도 8월달 정도에 올텐데 그 때엔 좀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볼게. 어차피 이 편지 보지도 않을테지만 혹시 모르니깐. 제발 내년 여름에는 다른 사촌형들처럼 나를 괴롭히지 않는 형이 되길 바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