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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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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인가 만용인가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3.03.26 조회수 27

내가 3학년이 된 첫 날에 있었던 일이다. 첫날이라 야자는 안해서 좋은데 7교시까지였다. 집에 일찍 가려면 6교시가 다 끝나고 청소도 하고 3시 30분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7교시까지라서 한 4시 30분 정도에 끝났다. 그래서 학교에서 놀까 하다가 할 것도 없고 해서 집까지 걸어갔다. 어차피 그 후에 육상대회도 한번 나가야 되서 연습도 할 겸 걸어가자고 생각하고 일단 다리르 미친듯이 뛰어갔다. 전에도 그랬는데 초반에 400m정도는 아무리 빨리 뛰어도 안 힘들다. 근데 그 이후가 문제였지. 육상 도대회 800m 나가서도 초반 1바퀴 1등하고 결국엔 꼴찌. 역시 다리 위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다리 끝까지 겁나 빨리 뛰고 쉼. 심장에 데미지와서 돌아가실 뻔.
하여튼 걸어가다가 물한리하고 고자리하고 갈림길있는 곳이 멀리 보이는 곳에서 우성제의 삼촌을 만났는데 태워주신다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 그 차에 탄다면 생길 경우의 수는 2가지다. 집까지 태워주시거나, 우성제네 집에 까지 가는 것. 근데 첫번째 경우는 민폐다. 우성제네 집에서 한참 가야되는데 그건 좀. 그리고 두번째 경우에는 애초에 그럴 거였으면 시작도 안했다. 그래서 그냥 거절했다. 그 후에는 뭐 쓸 것도 없다.
그냥 뛰다 걷다가 뛰다 걷다가 계속 반복했다. 하다보니까 요령도 생겼다. 뛸 때엔 저기 멀리 보이는 전봇대라던가 집같은 것을 기준으로 삼고 저기까지만 뛰어야지 하면서 뛰다가 목표에 도착하면 쉬던가 더 뛸만하면 더 앞에 있는 것을 목표로 삼고 하다가 못뛰겠으면 원래 목표는 저기까지 였으니까 이제 걸어도 되겠지 하면서 걸었다. 그러다보니까 마인드가 차분해졌다. 이래서 인생은 긍정적으로 살아야 되는 거다.
그런데 걸으면서 본 물한리의 길은 버스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것하고는 뭔가 달랐다. 그냥 버스타고 가면서 보는 것하고 똑같은 모습인데 뭔가 느낌이 다르다고나 할까? 하여튼 뭔가 달랐다. 말로 표현하기가 뭔가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1시간정도 걸었나 슬슬 눈에 익은 모습들이 보였다. 저 멀리서는 핏들이라는 동네가 보이는데 거기는 예전에 김창호가 살던 곳이라서 초등학생때라던지 중학교 1학년때 가끔 가던 곳이었다. 슬슬 집에 다 와간다는 희망도 생겼다.
그런데 핏들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한 가지 문제라고나 할 까나? 원래는 좋은건데 당시 내 입장으로써는 별로인 일이 일어났다. 내가 전에 중말에 갈마루 공부방인가? 거기가 내가 초등학교 졸업반 겨울 처음 만들때부터 중학교 1학년인가 까지 다니다가 맨날 글만 쓰고 그래가지고 재미없어서 문예창작이나 열심히 쓰자 하면서 때려친 곳인데 그곳에 다닐 때 선생님이셨던 신상범 선생님께서 태워다 주신다고 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원래는 좋아야되는데 거의 다 와가는데 이제와서 차타고 가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선생님한테 운동삼아서 간다고 하면서 거절했다.
그러고 나서 한 40분 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우리집 시계로 6시 48분이었다. 한 5분정도 빠르니까 한 43분 쯤. 학교에서 출발해서 장장 2시간만에 집에 도착한 것이다.
처음으로 임산에서 출발해서 집까지 도착한 것이다. 근데 시도만 따지면 꽤 많다. 초등학교 1학년때? 그 때는 나이가 어리니까 수업도 일찍 끝나고 해서 노는데 고학년들은 수업이 많아서 좀 늦게 끝나가지고 내가 하도 기다리는게 싫어가지고 이대건이랑 김창호 꼬셔가지고 집까지 걸어가자고 했었다. 지금 나는 물한산장인가? 지금 우성제가 차유동인가 거기 사는데 거기를 한참 지난 곳 까지 갔었는데 실패했었다. 그리고 나중에 한번 더 시도했었는데 그때는 좀 날씨가 더워서 그냥 일찍 포기하고 다시 학교로 갔다. 따지고 보면 9년만에 성공한 셈이다. 중학교 1학년때에는 우리집에서 학교로 가야되는데 버스를 놓쳐가지고 아침 8시 20분에 하는 수학 오답노트 시간 안 늦을라고 그 추운 날에 자전거 타고 미친듯이 가서 시간 딱 맞춰서 갔다가 나중에 토요일날에 우성제랑 같이 우리집까지 자전거타고 다시 돌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엔 자전거라는 도구가 있었으므로 제외.
그 다음날에도 7교시에 끝나가지고 전날보다 10분정도 일찍 출발해서 어제의 일을 경험삼아 페이스조절을 잘해가지고 남인화 사는 동네까지 논스톱으로 뛰어갔는데 다리가 아파가지고 전날에 비해 10분정도? 늦게 집에 도착했다. 그 이후에 다리아파서 잘 걷지도 못했다. 보통 교내체육대회가 끝나면 근육통이 심하다. 나도 느껴봤는데 그거는 비교도 못한다. 하여튼 그랬다.
그때에는 용기였는데 지금보니까 만용인 것 같다. 나 왜 그랬대. 전에 방학때인가 국어선생님께서 "모든 일은 생각보다 쉽다. 당장 시작하라."라고 하셨었는데 솔직히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 같다. 상식적으로 버스타면 2~30분이고 빨리 달리면 14분정도 걸리는데 걸어오면 시간은 걸려도 거리는 짧을 줄 알았다. 우리집까지 걸어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다. 에휴 멍청한 나를 탓해야지 누굴 탓할까. 하여튼 그랬다. 3일째 되는 날도 걸어올 뻔 했는데 과학선생님이랑 수학선생님께서 담임선생님께 한번 말해보라고 하셔서 그 말대로 해서 겨우 모면하긴 했지만 말이다. 집까지 걸어오고 난 뒤에 나는 다시는 집까지 걸어오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다. 금요일에도 시간이 좀 애매하게 끝나긴 하는데 그때엔 그냥 우성제네 집에서 놀다가 차유교에서 버스타고 올 거다. 지난 주에도 한번 그랬다. 근데 앞으로 토요일마다 자전거 타고 학교 나올 예정이라는 건 함정. 결과적으로 우리집에서 학교로 가던지, 학교에서 우리집으로 가던지 자전거를 타고 가되 절대로 걸어가진 않겠다 라고 생각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추가로 나중에 보니까 물한리하고 임산까지 거리가 14km라던가 15km된다던데 이거 3번만 뛰면 마라톤 급이다. 그냥 만용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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