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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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남인화 | 등록일 | 13.04.02 | 조회수 | 32 |
오늘 저녁시간이었다. 난 밥을 먹고 조용히 교실에 들어갔다. 교실엔 친구들 대신 의자와 책상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래서 생각없이 가만히 서 있다가 가만히... 그때 문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복도와 통하는 모든 문과 창문을 잠그고 웃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나의 장난에 기꺼이 화를 내줄 짖궂은 친구하나를 조용히 기다리며... 덫에 걸린 불행한 친구는 규상이였다. 그는 실성한듯 웃다가 잠깐 문을 여니까 그때를 틈타 잽사게 들어왔다. 그리고 그 장난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나와 함께 다음 먹이를 기다렸다. 다음은 남현인이었고 조금 화난듯 화를 참는 듯 보였지만 왠지 교실에 들어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잠긴 문의 고리를 조금 풀어주자 있는 힘껏 풀어 들어왔다. 다음엔 이다인이 들어왔고 다음 타자가 들어온 후 문이 완전히 열리면서 장난이 끝났다. 난 그때 갑자기 머리가 비어버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생각을 채우기 위해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누군가 보았을 땐 생각없이 박수를 치고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내 머릿속엔 서서히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의 손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손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것을, 계속 상기하고 느끼고 있다보니 평소보다도 더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부터, 천천히 학교를 돌아보며 학교를, 아니 학교의 역사와 삶을 천천히 살펴봤다. 나의 박수소리는 눈속의 횃불이 되어 볼수없던 학교의 이곳저곳을 보여주었고, 정말 많은 것이 변했고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그토록 정신없이 치던 박수의 의미는 단순히 소리만의 의미가 아니라 나로 하여금 세상을 보려는 작은 안경인것이다. 난 그렇게 박수를 치면서 비를 보고, 수리되고 부서진 천장을 보고, 열 수 없지만 작게 나있는 창문을 보았다. 결국 학교를 세바퀴정도 둘러보고 교실에 와서야 박수가 멈췄지만, 그 박수로 인해 학교나 사물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이젠 마음속의 손으로 조용히 박수치며 사소하고 보이지않지만 그 것이 보여주는 역사에 대해 볼 수 있게되었다. 지금 난, 나에게 박수소리가 시끄럽기만 하다며 자신의 생각에만 치중한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진짜 내가 친 박수는, 당신들이 듣는 그 소리가 아니라고. 난 정말 그들에게, 말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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