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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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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신각수 동문 동경 서신
작성자 홍기엽 등록일 11.06.30 조회수 235

서울은 장마가 시작되어 궂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데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시겠지요. 동경은 梅雨(일본 장마)에 들어간 지 꽤 되었지만 비가 많이
온 큐슈 지방과 동북지방과는 달리 비가 별로 오지 않고 구름만 잔뜩 낀
“빈(空) 장마”입니다. 한국과 같이 그간 일본도 기후 패턴이 많이 변화하였
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10일 동경에 도착하여 2주가 지났고,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
다. 22년만에 다시 온 동경은 많이 변해 있습니다. 16, 17일 양일간에 걸
쳐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 3개현을 방문하였습니다. 3.11 동일본 대지진
의 피해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 정부와 국민의 따뜻한 위로를 전달하는 한편
향후 복구과정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를 협의하였습니다. 피해는 TV화
면으로 본 것보다 훨씬 컸고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100일
이 지났는데도 아직 쓰나미가 남긴 후유증이 곳곳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
직 행방불명자가 7400명에 달하고 쓰레기 더미에 유해가 있어서 치우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지상 건물 3-4층을 그냥 휩쓸고 지나간 산 같
은 파도를 옥상에서 직접 찍은 비디오를 보면서 자연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재난을 당한 이웃 국가를 돕는데 대해 일본
정부와 국민들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동안 한류의 영향으
로 한국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확인하였습니다. 진정한
이웃국가 관계로 가기 위한 기반이 착실히 쌓여지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피해복구가 끝나지 않았지만 부흥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부흥구상회의가 설치되어 제언을 마무리하였고 부흥청이 설치되
게 되며 담당 대신이 임명되었습니다. 물론 칸 총리의 사임 시기를 둘러싸
고 여당 내부 및 야당의 이견으로 정치적 혼란이 있지만, 8월말까지 일본 국
회 회기가 연장되어 당분간 피해복구 및 부흥에 초점이 모아질 전망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이번 3.11 대지진이 인류의 문명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까지 얘기합니다. 에너지환경문제의 근간인 원자력 이용문제에 심각한 도전
을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자력 안전문제에 관한 일본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고 동경 시내에는 거리 데모가 빈번해졌습니다. 원자력
을 포기하고 대체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아졌습니다. 전력난이 심한데도 운전정지중인 원전의 재가동에 반대를 하
고 있습니다. 우리도 원자력 안전에 관해 사회적으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풍력, 태양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10년간 전세계적으로 풍력발전량이 10
배 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 큽니다.
지난 2주간 일본 정치인, 각료, 경제인, 언론인 등을 중심으로 폭넓게 예방
을 다니면서 금후 활동을 위한 기반을 쌓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한국의 약진에 부러운 시선을 보냈습니다.
엄살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가 일본과 협력을 논할 만큼 발전한 것도 사실
입니다. 특히 1990년대초 시작된 “잃어버린 10년대”가 21세기 첫 10년에
도 극복되지 않은 채 이번 대지진을 맞게 되어 이런 인식을 가지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점에서 한일 양국이 대등한 관계로 서로를 인식하
면서 협력과 경쟁의 한일관계를 구축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麻布에 있던 대사관과 관저를 헐고 같은 부지에 신축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2년 뒤인 2013년 봄에 완성될 예정입니다. 대사관은 四

谷에 있는 문화원 건물과 근처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고 관저도 도쿄
타워 인근에 있는 아파트를 빌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활발한 외교활동에 지
장이 있지만 보다 안전하고 기능적인 새 대사관과 관저를 기대하며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한국과 일본간에는 다양한 현안이 가로막고 있지만 유동적이고 불투명한 동
북아 정세 전반을 고려할 때 양국관계를 보다 튼튼히 하는 노력이 긴요합니
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큰 그림을 그리면서 요동칠지도 모를 우리 주변 정
세를 요리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일본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
고 대한국 관계를 잘 가져가려는 입장인 만큼,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여 건
전하고 굳건한 한일관계를 구축하는데 애쓸 생각입니다.
동경은 서울에서 두 번째 가까운 외국 수도이고 동시간대이기 때문에 서울
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즉각 시야에 들
어옵니다. 동경에 오실 일이 있으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올해도 절
반이 지났는데 늘 건강하신 가운데 즐거운 일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종
종 소식 드리지요.
2011년 6월 26일
동경에서
신 각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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