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동창회 나갈 때(남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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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전완하 | 등록일 | 10.02.04 | 조회수 | 175 |
어제 저녁 집에 들어갈때,
동창회 총무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동창회 신년 모임을 가진다는... 학창시절 나는 그렇게 좋은 친구가 못되었다. 자기 자신에게 열중하는 편이었다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수업시간에 등록금 없어서 쫓겨나고, 밴드부다 뭐다 하며 노는 건 다 하고, 성적은 또 괜찮게 나오니 친구들이 가까이 어울릴만한 요인도 없고 재수 없음도 많이 작용을 했다. 주머니에 돈 한푼 없어 친구들과 커피숍도 못가고, 운동도 같이 못하고 꼽사리껴서 하는건 기를 쓰고 안빠지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당시만 해도 같이 어울려 놀면 성적도 같이 밑에서 기어야 하는데 나름 공부마저 못하면 살 길이 없다는 생각에 못하는 편도 아니니 선생님들이 상당히 이뻐하는 학생이었다. 평소에도 모범생이면 미움을 덜받을텐데 그렇지도 않으니 어렵게 말하면 이중인격자, 쉽게 말해 재섭는 친구였다. 졸업한 이후에는 다른 모습으로 살았다. 어떤게 내 본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두가지 다 내 모습일지도...)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것은 오히려 학창시절 때였던 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하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20년동안 동창회에 나가지 않았다. 나를 좋아하는 친구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졸업후 20년간 새로 사귄 친구들 만나기도 바빴으니까.... 나오라고 해도 나가지 않았다. 그나마 짝으로 보낸 친구만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친구로 남아 있지만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는 부담스러웠다. 2년전에 처음으로 나간 동창회는 이런 걱정을 깨끗이 날려보내주었다. 그저 모두가 반갑고 예전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친구들 역시 모두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 한번도 나오지 않은 친구들 역시 그런 생각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해서 못나온다. "보고싶긴 하지만...뻘쭘해서..." "나를 반겨줄 사람이 있을까?" 모두가 반겨주고, 모두가 즐거워하고 모두가 기뻐하는데 말이다. (사실 그 친구가 처음 나오는지 어쩐지 잘 모른다. 어차피 모두들 몇번 나오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이 나왔는지 안나왔는지를 어떻게 알까?^^) 20대땐 몰라서, 30대땐 먹고 살기 바빠서 잊고 살았던 사람들... 40대엔 그립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어색함이 앞서서 만나지 못하는것 같다. 사람 나이 40이 넘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50이 넘으면 고향 친구들을 찾아 향우회에 발걸음을 하기 때문에 향우회에선 50대가 청년부이다. 사람,특히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어렸을 때의 친구를 그리워하는가보다. 20대땐 같이 노는 친구들이 그립고 30대땐 20대때의 친구들이 그립고 40대땐 10대때의 친구들이 그립고 50대 이후엔 불알친구들이 그립고 60대가 넘어서야 가정의 소중함을 알려나? 엄마의 소중함,아내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할 때... 그땐 인생이 얼마 안남았을 때일텐데... 그래서 남자는 무덤속에 들어갈 때 철든다고 하는가보다. 삼양초 찾은 정몽준 http://mjchung.com/bbs/board.php?bo_table=MJNn002&wr_id=2924&page=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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