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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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삼원초 | 등록일 | 10.07.21 | 조회수 | 256 |
아침부터 무더웠던 지난 22일 오전 11시. 모대 대학원에 다니는 유근선(26)씨는 압구정동을 거쳐 신촌으로 가는 12번 좌석 버스에 앉았다. 좌석은 만원. 버스가 어느 백화점 앞에 이르렀을 때 곱게 머리를 빗은 할머니가 양손에 가방을 들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 기사 바로 뒷자리에는 50대쯤의 아주머니 두 사람이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금을 낸 할머니가 안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차안이 갑자기 어색해졌다. 양보하기 싫은 사람은 신문을 들여다보거나 졸기 시작했고, 양보하고 싶었던 사람도 할머니가 옆을 지나간 후에는 「무슨 큰 일하는 것도 아닌데….」하며 머뭇거리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그렇게 30초쯤 흘렀을까. 중간쯤 앉아 있던 유씨도‘어떡할까?’ 작은 고민 중이던 바로 그 때. 기사 뒷자석 아주머니 중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어! 뒤에 자리가 없었네. 할머님 이리 오세요. 여기 자리가 시원해요.” 아주머니는 사양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자기 자리로 모셨다. 친구인 듯한 두 아주머니는 할머니와 재미있게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세 사람의 「얘기 꽃」은 열 정류장쯤 지나 할머니가 내릴 때까지 계속됐다. - 조선일보 1997년 7월 26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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