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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교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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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필요한 소프트웨어 교육-동아일보
작성자 양종환 등록일 15.04.10 조회수 83

대부분의 공대생들이 그랬듯이, 나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컴퓨터 교육을 받았다. ‘전산응용과 캐드(CAD)’라는 과목이었다. 젊은 교수가 직접 가르치는 전공 필수 과목이었는데, 프로그래밍 언어(이름도 까마득한 ‘포트란’!)를 조금 배우고 컴퓨터를 이용한 구조공학 연구 사례를 몇 가지 들었더니 한 학기가 끝났다. 캐드는 한 번도 다뤄보지 못했다. 몇 년 뒤 대학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도와 각종 통계 정보를 결합시키는 프로그램인 지리정보시스템(GIS) 수업에 들어갔더니, 교수는 첫 시간에 “프로그램(소프트웨어) 이용법은 알아서 익히라”며 대끔 과제부터 내줬다. 나는 막막한 마음에 수업을 바꾸고 말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수강생들은 프로그램 사용법을 스스로 스터디를 해가며 익혔단다.

당시 이런 일이 흔했던 배경에는 ‘비싼 대학 수업시간을 소프트웨어 교육에 낭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소프트웨어는 알아서 익혀야 하는 도구 내지 기술이고, 대학 강의 때는 그걸 ‘응용’해 고차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등록금은 비쌌고 교수를 만날 수 있는 수업시간은 일주일에 단 세 시간뿐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겉핥기 수업이나마 프로그램을 경험해 본 것은 큰 도움이 됐다. 전공 수업 과제를 혼자 포트란을 이용해 했고, 내친김에 C언어 같은 다른 언어도 익혔다. 전문적인 프로그래머가 될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머릿속으로 어떤 결과물을 그리고, 그것을 컴퓨터를 이용해 실현시켜 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을 뿐이다. 원하는 대로 문제를 풀어주는 요술램프를 하나 얻은 심정이랄까. 정과 끌의 정교한 사용법을 익혀 원하는 형상을 깎는 석공의 심정도 짐작이 됐다.

반대로, 배우지 못했던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종종 아쉬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요즘 GIS는 탐사보도를 지향하는 기자들이 필수로 익혀야 하는 도구가 됐다. 웹에 반응형 정보(인포)그래픽 기사라도 올리려면 간단한 그래픽 프로그램 정도는 스스로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웹페이지까지 개발할 줄 안다면 금상첨화다. 기자는 ‘워드’ 정도만 쓸 줄 알면 만사 그만이던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렇게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온갖 일에 소프트웨어가 쓰이는 세상이 됐다. 언론정보학자는 스스로 만든 프로그램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증권사는 컴퓨터공학자를 트레이더로 영입한다. 기계공학 지식이 최고일 것 같은 로봇 경진대회에서조차 탑재 소프트웨어의 성능만을 겨루는 경쟁 부문이 따로 열릴 정도다. 전문적인 분야로 가지 않더라도, 모두가 손안에 미니컴퓨터(스마트폰)를 들고 매일 수십 개의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쓰는 시대다. 지하철 노선 찾기 같은 쉬운 문제부터 빅데이터를 이용한 맛집 검색까지, 각종 소프트웨어를 이리저리 조합하고 편집해 사용하는 능력이 곧 문제 해결 능력인 세상이 됐다.

 지금까지는 컴퓨터 교육 시간에 ‘도구’로서의 소프트웨어를 익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로그래밍언어의 문법을 배우거나, ‘워드’와 ‘엑셀’로 대변되는 응용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익히는 식이다. 요술램프를 작동시키기 위한 주문이니까 이 과정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새 시대에는 이런 프로그램을 구석구석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소프트웨어를 모두가 좀 더 잘 익히고 활용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될까. 실생활과 관련한 문제를 직접 재밌게 풀어가며 말이다.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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