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가 미래다]<3·끝>수업 계획과 외국의 사례’-동아일보 SW과목, 순위-점수로 평가 안한다 문제풀이 배제, 사고력에 초점…우수-보통-미흡 단순평가 검토 1년 34시간 수업 “턱없이 부족”…이스라엘 고교3년 270시간 교육
9일 경기 과천문원중에서 열린 ‘SW(소프트웨어)교육 선도학교 현판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가감 없이 쏟아 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소프트웨어 교육이 새로운 사교육을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는 시기에는 소프트웨어를 모르면 직업 선택조차 힘들 것 같은데, 주당 1시간 수업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9일 경기 과천문원중에서 열린 ‘SW(소프트웨어)교육 선도학교 현판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간담회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쏟아냈다. 과천문원중은 올해 ‘정보컴퓨터’ 수업 시간에 소프트웨어를 가르치고 있다.
○ 평가 방식, 3단계 등 다양하게 검토
소프트웨어는 2018년부터 정규 교과목이 된다. 서석진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평가 방향은 현재 교육부와 협의 중이지만 순위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지향하지 않고 있다”면서 “음악, 미술처럼 우수, 보통, 미흡 3단계로 평가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소프트웨어 수업은 문제풀이 방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학생들의 사고력 함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남희 과천문원중 교사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직접 작곡을 하면서 프로그래밍을 익히거나, 미로찾기 벽돌깨기 등 게임을 직접 설계한다”면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더욱 기발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가 정규 교과목이 된다면 수업 시간을 늘려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최미정 미래부 소프트웨어교육혁신팀장은 “현재 배정된 34시간은 현실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방과 후 수업, 자유학기제, 방학 캠프, 창의적 체험활동 등과 연계해 충분한 체험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 스노스필드 초등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 수업에서 소프트웨어 실습을 하고 있다. 영국은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매주 1시간 이상 소프트웨어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게 했다. 고려대 제공 ○ 이스라엘 270시간 vs 한국 34시간
10일 국회에서 열린 ‘초·중등 정보과학 교육혁신 포럼’에서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 보더라도 국내 소프트웨어 수업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은 지난해 9월부터 소프트웨어를 정규 교과목에 넣고, 초중고교에서 매주 1시간 이상 가르치고 있다.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마이클 고브 의원은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된 것처럼 디지털 혁명도 영국이 주도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1994년부터 고등학교 이과생을 대상으로 3년간 소프트웨어 수업에 270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심화과정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졸업까지 총 450시간을 공부할 수 있게 한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한국정보과학회장)는 “현재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벤처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소프트웨어를 배운 학생들이 다방면으로 진출해 창의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은 “지금은 ‘소프트웨어 혁명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항공기, 금융, 영화 등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범용 기술”이라고 말했다.
▼ “정답이 있을까요? 더 좋은 답 찾는 게 SW식 사고” ▼
최양희 미래부 장관 인터뷰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은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라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은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더 좋은 답은 있을 수 있어도 ‘정답’은 없다는 게 소프트웨어식 사고입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1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혁신과 성장, 가치 창출의 중심이 되고 있다”면서 “개인과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그 기반이 하드웨어에 집중되면서 몇 년 전부터 소프트웨어로 무게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학교 현장에서도 소프트웨어가 ‘코딩’이나 ‘컴퓨터 언어’ 등 하드웨어의 도구로 인식되면서 2000년대 후반부터 ‘정보’ 과목을 선택하는 학교와 학생이 급감하고 있다.
최 장관은 “소프트웨어라는 단어에서 ‘소프트(soft)’가 유연하다는 뜻”이라며 “유연한 사고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근간이자 창의적인 문제 해결의 원천이며, 이것이 소프트웨어 교육이 지향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으면 기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에 익숙해져서 오히려 창의력이 말살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오해”라면서 “기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려면 그 전에 생각을 충분히 해야 하고, 이런 생각의 재료를 뒷받침하는 게 소프트웨어 교육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시동을 거는 게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어떤 일이든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면서 “지금 청소년들이 미래에 글로벌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지금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학교 현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의 협업이 필수다. 최 장관은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표와 본질, 필요성에 대해 교육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공감대를 이뤘고 그 결과 정규 교과목이 됐다”면서 “앞으로도 방향 설정이나 추진 방식 등 모든 면에서 교육부와 호흡을 잘 맞춰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에서는 주당 50분 이상 소프트웨어를 가르치고, 일본은 중학교의 경우 연간 55시간, 중국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연간 70시간 이상 소프트웨어 교육에 투자한다.
최 장관은 “미래부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책임감을 갖고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잘 활용되는 방법론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2020년까지 영국 등 선진국 수준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신선미 vamie@donga.com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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