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진짜 놀이'의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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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송유치원 | 등록일 | 21.10.13 | 조회수 | 112 |
아이를 위한 ‘진짜 놀이’의 비밀 김 경 철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한국아이교육학회장 학기 초에 종종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 사이로 그저 놀이하는 친구들만 바라볼 뿐, 놀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이다. 왜 친구들과 함께 놀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재미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라고 답한다. 교육자라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 순간이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며칠 동안 지켜보고, 기다리며 아이의 부모님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재미있는 것이 없다는 그 아이는 유치원 입학 전 주로 외부강사의 특성화 프로그램들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기관에 다녔고, 매시간 강사가 가지고 온 놀잇감과 주제로 진행되는 수업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집에서도 심심하다는 말을 달고 지내며 쉽게 놀잇감에 흥미를 잃는다는 이 아이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는 즐겁게 유치원을 다니고 놀이할 수 있을까? 이 아이는 무엇인가 과제를 제시하면 “어떻게 해야 돼요?” 하고 먼저 물어보기부터 했는데, 이런 아이에게는 본인의 생각을 자신 있게 이끌어내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와 본인 생각을 탐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겠지만 본인만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아이는 점점 더 편안한 표정으로 즐겁게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가 된다. 미리 제공되는 놀잇감과 정해진 방법의 활동에 익숙했던 그 아이는 아마도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낯섦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아이에게 놀이란 무엇일까? 네덜란드 역사가 호이징가는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인 호모루덴스라고 했다. 인간의 본원적 특성은 노동이나 사유가 아닌 놀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놀이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어떤 것보다 놀이를 잘 하며, 어른들보다 더 신나게 놀이한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것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만지고, 탐색하며 이걸 가지고 어떻게 놀이할지 궁리한다. 그리고 그 대상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놀이하며 세상을 경험하고 배워간다. 아이에게 놀이란 삶을 배워가고 세상과 관계를 맺어가는 연결고리라고도 할 수 있겠다. 놀이하는 아이 옆에 있으면 “우와~”, “이것 보세요”라는 말을 참 많이 듣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계속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감탄한다. 이처럼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학습은 앉아서 주어진 것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하는 즐거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다. 놀이하는 아이의 표정을 본 적이 있는가? 아무런 걱정도, 그늘도 없이 해맑게 웃고 행복해한다. 때로는 매우 진지하고 신중하다. 자신들의 놀이 세계 속에서 거침없이 생각을 나누고 끊임없이 상상한다. 참 자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이렇게 아이가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놀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지원을 해주어야 할까? ❚아이가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놀이를 위해 필요한 것 EBS <놀이의 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두 팀으로 나누어 자유놀이 시간을 주고 한 팀의 아이들에게는 어느 영역을 지정하여 그곳에서 놀이하도록 하고, 다른 한 팀에게는 자유롭게 선택하여 놀이하도록 하였다. 두 팀 모두 재미있게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영역을 지정하여 놀이하도록 한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이 끝나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지정된 영역을 빠져나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다른 놀이를 하러 갔다. 반면 자유롭게 놀이 영역을 선택하여 놀이했던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이 끝난 후 더 놀이해도 좋다는 말을 듣고 하고 있던 놀이를 계속 이어서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인이 봤을 때는 첫 번째 그룹의 아이들 또한 주어진 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이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아이들은 진정한 놀이를 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놀이를 하는 척 한 것이다. 그만큼 놀이에서 아이의 주도성과 자유는 중요하고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놀이를 선택할 자유뿐만 아니라 성인의 지시에서 벗어나 아이 스스로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할 자유를 누리고 주도성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놀이와 자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아이에게 놀이를 시작하고 끝낼 자유, 선택의 자유, 즉 주도성을 넘겨야 한다. “자, 이제 모두 놀이를 시작하세요!”라는 일괄적인 시작이 아닌 아이 각각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자신이 잘하고 즐거워하는 놀이를 통해 행복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놀이 과정에 아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주고 자유로운 선택이 반영된 놀이를 함으로써 스스로 배움을 창조해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들에게 놀이가 본능이라는 것이 거짓이 아닌 이유는 아이들은 언제나 놀고 싶어하고, 항상 놀이가 고프다는 것이다. “이제 정리하자”라고 말하면 미리 정해놓은 대답처럼 “더 놀면 안 돼요? 더 놀고 싶어요.”라며 애원하듯 말한다. 애원의 눈빛을 뒤로하지 말고 놀이 시간을 충분히 주어서 이 정도면 재밌게 놀았다! 라는 아이 스스로 만족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놀이에 대한 만족도를 올려주자. 놀이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더 몰입해서 놀 수 있도록 말이다. 또한 다른 사람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듯, 아이도 놀이를 위한 탐색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사실 탐색과 관찰도 아이에게는 즐거운 놀이이다. 무엇을 할지, 무엇을 만들지 이리저리 탐구하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처음부터 아이가 무언가를 멋지게 만들고 굉장한 창의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기보다 먼저 충분히 탐색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존중해주자. ❚아이에게 최고의 놀잇감은? 놀이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그 시간 동안 무엇을 가지고 놀아야 할까? 요즘엔 인터넷에 아이 장난감 관련 정보가 넘친다. 이 장난감을 사면 어떤 측면의 발달을 도울 수 있고, 또 다른 장난감들은 아이에게 다른 측면의 발달을 도울 수 있다고 한다. 어른 입장에서는 광고에 혹할 수 있다.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주고 싶은 마음이니까. 하지만 정말 아이의 발달을 도울 수 있는 놀잇감이 맞을까? 사실 놀잇감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놀잇감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소재로도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이 아이들에게는 무궁무진하다. 배 모형을 주면 그 배는 놀이에서 배의 역할만을 하기가 쉽겠지만 용도가 정해진 것이 아닌 비구조화된 놀잇감을 준비해주면 아이의 상상에 따라 하나의 사물이 배가 되기도 하고, 침대가 되기도 하고, 가방이 되기도 할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 세계에서 하나의 사물이 내 마음대로 여러 상상 친구가 되어 아이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 기쁨을 느끼고 희열을 느낄 것이다. 더불어 아이의 창의력이 싹트고 있을 것이다. 놀잇감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양하게 놀이한다는 것은 상상력, 창의력이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 낸 놀잇감의 놀이 방법을 지원해 주고 격려해 주자. 어렸을 때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놀기만 해서 무엇이 되려고 하느냐’라는 물음을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놀기만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될까?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주도하여 자유롭게 놀이할수록 자신의 지식을 깊이 있게 만들어간다. 몸으로 경험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궁금한 것을 탐색하고, 친구들과 때로는 논쟁을 벌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지식을 쌓아야 한다거나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아이가 스스로 놀이의 즐거움과 힘을 경험하고 더불어 어른들도 놀이의 힘을 깨닫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놀이 인식에 대한 변화의 바람은 뜻밖에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왔다. 최근 레고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18개국의 부모와 아이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놀이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이 장기화 되면서 ‘놀이를 통해 자녀와 유대를 쌓고(92%)’, ‘가족이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91%)’라는 응답률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와 함께 하는 많은 시간 속에서 놀이의 힘을 느낀 부모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제 놀이하는 아이를 믿고, 놀이의 주인인 아이에게 주도성을 넘겨주어야 한다. 자유를 누리며 진정한 놀이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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