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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팡팡 10월 2주 이야기
작성자 옥동초 등록일 09.04.27 조회수 205

2008. 10. 6 월요일
오늘은 어떻게 인사할까? 날마다 새롭게 만나고 싶어 인사도 다르다. 오늘은 수화다. 말은 안하고 몸짓으로만 한다. 오른 팔로 왼쪽 팔을 위에서 쓰다듬어 내리면서 양 주먹을 쥐고 고개를 깊게 숙인다.(안녕하세요) 그리고 왼쪽 주먹위에 오른 손을 펴서 돌려준다.(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쁘다는 몸짓으로 한 손가락으로 얼굴을 살짝 댄다. 말없어도 마음이 전해지니 따뜻하다. 서로 다르더라도 소통이 가능하다. 존재를 알아주고 마음을 서로 읽어준다면 더할 나위없다. 아름다운 관계를 위한 아름다운 인사는 그렇게 고맙다...
집에서 캔 땅콩을 가져와 눈 감고 만지게 한다. 뭐가 들어있을까, 손만으로 느껴지는 모양을 그린다. 그릴때까지 말 않고 하는 건데 용준이가 대뜸 말하니 다들 나도 알아 한다. 이파리도 냄새 맡고 꺼내서 마음에 드는 걸로 먹는다. 큰 것만 있는게 아니라 작은 것들도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다들 귀여워 한다. 날거라 비릿하니 그냥 뱉는 영진이, 맛있다고 계속 먹는 홍준이, 까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땅콩 두포기로 가을의 맛을 보는 행복한 시간이다..
2008 10. 7 화요일
편지를 두 통 쓰는 날이다. 언제부턴가 화요일이 그리 되었다. 아이들도 나도 혼자서 몰래 편지를 써서 넣고는 집에 갈 때 보는데 이번엔 그림편지다. 내게 온 그림이 참 재밌다. 답장으로 웃긴 그림을 그리니 기분이 그냥 좋다. 거기엔 짤막한 글을 같이 쓴다. 쪽지편지를 주고받으니 정말 즐겁다. 더 가까워지는 것 같고 왠지 서로만의 비밀이 생기는 듯 해 더욱 편지 쓰는 게 설레이고 새롭다..연필로 꾹꾹 눌러 쓰면서 다가오는 그 애틋함이 나는 좋다.

2008. 10. 8 수요일
드디어 그림책 100권 잔치를 한다. 어제 읽었던 ‘헨젤과 그레텔’로 100권을 채우고 재밌는지 오늘 또 다시 다른 출판사의 헨젤과 그레텔을 읽는다. 아이들이 200권, 300권 .. 1000권 잔치까지 하자고 약속한다. 잔치준비를 한다. 곱게 물들인 나뭇잎들을 모아 모빌에 붙이고 색색으로 잔치 축하하는 말들을 적는다. 얼마나 열심인지 너무나 이쁘다. 어제부터 해바라기씨도 까고 물에 담가둔 현미는 분쇄기로 간다. 땅콩도 까서 한쪽에 부셔 놓고, 쌀가루에 우리밀가루를 넣어 반죽해 과자를 만든다. 하트부터 꽃까지 다른 모양의 과자가 구어지면 물엿(보통땐 꿀을 넣지만 다 떨어졌다)을 발라 거기에 땅콩가루와 해바라기씨를 붙인다. 시식도 하고 다 구운 과자를 예쁘게 담아 먹는다. 학교에 계신 여러분들께도 나눠드린다. 그동안 그림책 열심히 본 우리들끼리 축하한다. 식구들 것도 수대로 챙겨 종이에 싸서 가져간다. 특별한 날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늘 그 마음으로 우리 만나자.

2008. 10. 9 목요일
오자마자 편지함을 열어 내 답장을 본 아이들이 막 웃는다. 그림이 너무 웃기단다. 하긴 머리카락이 날라가고 이상한 잠수안경 쓴 얼굴이었으니 그랬나 보다. 왕언니(편지함에 그렇게 썼다) 찬미가 동생들 따라서 편지함을 만드니 바로 편지를 나도 쓰고 홍준이도 썼는데 홍준이 편지가 웃겼나보다, 박장대소하는 찬미,,
막내 우정이가 똥을 지리니 엉덩이를 치켜든다. 다른 아이들은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고 나는 똥고를 닦는다. 그 모습이 우숩기도 하고 재밌다. 내게 몸을 맡기는 것 자체가 기특하다. 부끄러운 것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자기 상황을 엉뚱한 말로 무마하는 그 모습은 너무 귀여워 지금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한글날, 우리말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내 생각과 마음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말과 글을 나누는 것은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다. 서로 다르지만 같은 우리들의 소망과 꿈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데 소통은 필수다. 말 이외의 몸짓이 더 크게 다가오지만 그럼에도 말과 글은 중요한 수단이다. 말 한마디에 생명을 살리고 죽일 수도 있다하지 않는가, 그동안 내뱉은 무심한 말들이 마음 쓰인다. 말 습관을 새롭게 하자. 내게 있는 생명과 사랑의 말들을 깨어나게 해야지..

2008.10.10 금요일
비가 오락가락 날이 흐리다. 책을 몇 권 읽고나서 중국어 동아리에서 요즘 한창 부르는 노래를 같이 따라 한다. 티엔미미 니 ~ 낯설지만 재밌다. 중국어 안 배우는 아이들도 열심히 하니 즐겁다. 밖에 나갔다가 스산하니 이런 날엔 영화 보는 게 좋다. 아이들이 고른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이다. 홍준인 내 무릎에 앉아 졸립다고 하면서도 본다. 보는 아이들의 눈이 진지하다. 하긴 나도 그림과 이야기가 신기한데.. 아주 조용하다. 길어서 1부만 보고 새참으로 감자고로케를 하고 결명자차를 같이 마신다. 집에서 길러 가져온 결명자를 꼬투리채 소리도 들어보고 맞추고 빙 둘러앉아 같이 까서 끓이니 냄새가 좋다. 가을 맛이 난다. 따뜻한 차가 그리워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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