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2 월요일
주말에 놀았던 이야기들로 시작하면서 가을 바람을 맞는다. 지난 비바람에 잠자리 두 마리가 떨어져 죽어 있다. 살살 나뭇잎에
올려서 본다. 빨간 얼굴, 노란 얼굴에 꼬리는 잘린 채, 아이들은 불쌍하다 한다 그래서 묻기전에 우리가 기억하게 그리자한다..
많은 것들이 여기저기 죽은 채 있었다. 참새부터 고양이,, 나비와 벌들,, 우린 그동안 나무 밑에 곱게 묻고 나무를 세웠다.
잘자라 인사도 하면서 아이들은 그렇게 떠나 보낸다. 하루가 삶과 죽음이다. 늘 같은 날인 것 같지만 다르게 오늘로 태어난다,
오늘을 살자.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충분히 사랑할 것,,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시간들 아닌가..
2008. 9. 23 화요일
신문지로 공을 만든다. 아이들 놀잇감으로 곁에서 쉽게 구하는 것들로 한다. 신문지는 훌륭한 재료다. 자기 주먹만큼 뭉친다. 힘이
든다고 발로도 누른다. 옆에서 친구끼리 조금씩 도와준다. 낑낑거리면서 풀을 칠하고 빨간 한지를 덧붙인다. 힘들면 쉬었다하라 해도
안 쉰다한다. 드디어 다 만들어진 공들,,, 말린다고 창가에 두니 더 빨개보인다. 이쁘다. 덕지덕지붙이느라 그 마음다함도 이쁘고
끈기도 그렇다, 집에 가져간단다. 심심할 때 아파서 학교에 못올때 논다 한다. 스스로 만든 것은 그렇게 집에 두고 싶고 더 정이
생긴다. 내 혼이 들어간 것이기에 그렇다. 내 마음이 들어갈 때 뭐든 더 가깝다. 우리 서로 마음을 내서 만나자.. 있는 동안
더 가깝게...
2008. 9. 24 수요일
재미팡팡 행운의 옷가게를 연다. 우리 집 아이의 작아진 옷들을 모아서 어린 동생들에게 펼친다. 이 옷을 입으면 행복해져요 그래서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카드에 행운의 말들을 적는다. 자기가 바라는 것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다. 그리고 함께
모여 발표한다. 거긴엔 엄마 뽀뽀해주기, 아빠 안마해주기,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재미팡팡 잘 돌봐주기, 업어주기, 이쁜 말
하기 등이 있다.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면 내가 그 카드를 옷에 넣어 접어서 선물한다. 축하의 말과 함께 집에 가서 꼭 할
것을 약속받는다. 홍석이와 영진이가 한 옷을 두고 같이 입기로 약속한다. 그 마음이 너무나 이쁘고 기특하다. 아이들은 바로 옷을
갈아입고 그 자리에서 옷잔치를 연다. 우리 아이에게 온 선물을 이렇게 또 선물하면서 서로 나눈다. 다음엔 자기가 가져와서 하기로
한다. 나눔으로 기쁨이 배가 되었다..
2008. 9.25 목요일
어제 이어 행운의 옷가게를 여니 소문이 나서 아이들이 모인다. 카드도 더 다양해지고 갑자기 벼룩시장이 된 듯하다. 6학년
한솔이도 한보따리 가져와 푼다. 역시 여동생들이 서로들 가져간다. 어른 것도 가져와 나에게 내밀었는데 칫수가 크니 그냥 구경
오신 컴퓨터 선생님 차지가 된다. 언니가 가게주인이 되니 어제보다 훨씬 재밌다. 돌아가면서 가게 열기로 하고 정리를 한다.
시장놀이하면서 경제감각도 익히고 돈이 아니어도 되는 대안사회도 꿈꾼다. 탈 자본화되는 새로운 세계를 같이 맛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작은 동력이 되지 않을까...나는 새로운 사회의 주인이 아이들이라고 믿기에 앞서가는 경험을 하고
싶다...뭐든 스스로 하면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경험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시장놀이 역시 그 흐름에서 열린 경험의 한
부분이다....
2008. 9. 26 금요일
가을 바람이 푸르다 못해 시리다. 내 마음 같은 빨간 한지 공을 하늘로 높이 던진다. 바다같은 하늘로 사라졌다 돌아오는 공들을
잡는다. 누가 더 높이 하늘로 띄우는 내기를 하듯이 힘껏 던진다. 내 마음도 같이 하늘로 날라 간다. 그냥 하늘 끝까지 가고
싶다. 저마다 자기 마음 한조각을 구름처럼 띄운다. 부푼 가슴, 코끝 찡하게 사라지는 것들처럼 내가 그냥 하늘이고 바다다. 오늘
우리는 그렇게 푸른 바다 같은 가을하늘을 두 팔 벌려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