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2 월요일
솔가지들을 주워 담는다. 솔비를 만들어 바닥을 쓸며 논다. 빗도 만들어 머리를 빗으니 따끔따끔거린다. 둘러보면 놀잇감아닌게
없다. 아이들 손은 요술손이다. 뭐든 주워서 마법을 부린다. 나뭇잎들이 금새 도깨비도 되고 마음내키는대로 된다. 순식간에
요정세계에 와 있는 듯 하다. 나도 요정들을 따라 동화의 나라로 간다. 짧지만 긴 영원한 환상의 나라...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가 늘 그립다...
2007.10.23 화요일
유치원 놀이터에서 놀다가 우연히 놀이기구 아래 까맣게 익은 까마중을 보다. 시큼하고 떨떠름한 그 맛이 생각나 아이들과 따먹다.
꼭 토마토 맛 같다는 아이들.. 그렇기도 하다. 그러다 서로 먹겠다고 부지런히 찾는다. 덕분에 익어가는 모습을 눈여겨보게 된다.
위에서보면 까매서 익은 듯하지만 아래는 초록색이다. 위부터 익는거다. 살살 나뭇가지를 헤치면서 살펴본다. 무슨 보물을 발견하는
양 찾는다. 더 이상 익은 걸 따 따먹으니 다른 나무의 열래를 본다, 산수유가 빨갛다.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서 먹는데 너무
시다. 몇 개 먹다 만다.
가을 들에 핀 열매를 따먹으니 채집해 먹던 원시인 기분이 난다. 그 기분이 그냥 뿌듯하다.
스스로 먹을 걸 챙겼다는 느낌에서일까...아이들도 그랬을까...따먹는 그 자체로도 좋다..
2007.10.24 수요일
1학년 수연이가 학원을 안다닌다고 놀러왔다(?). 날씨가 쌀쌀해서 아무도 밖으로 나가자는 소리를 안한다. 다만 2학년
남자아이들은 상관없이 축구한단다. 그래서 그냥 각자 만들고 싶은 걸 만든다. 모아둔 상자로 생각나는대로 말이다. 자동차도 나오고
로봇도 나오는데 내가 말을 붙였더니 대답을 곧잘 한다. 그래서 갑작스레 연극놀이가 시작되다. 자기가 만든 로봇들이 그냥 그대로
자기얼굴이 된다. 나는 홍석이야. 너는...하면서 서로 싸우기도 하다가 화해도 했다가 한다. 한참이나 로봇나라에서 아이들과
놀았다. 나도 태권브이랑 마장가제트가 아련히 떠오른다. 열심히 보면서 같이 악당을 물리치라고 흥분했던 순간들...만화영화가
그렇게 오래간다. 나름의 사회정의(?)를 배우면서 말이다. 지구를 지키던 독수리 오형제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2007.10.25 목요일
“잃어버린 강아지”를 같이 보다. 정신지체인 주인공이 길거리에서 만난 강아지를 장애라는 이유로 양육하지 못하다가 주위의 도움으로
다시 찾는 이야기다. 정상(?)적인 기준이 모호함에도 편견들이 차별을 낳는다. 조금 이상하거나 모자라면 대우를 하지 않는다.
하긴 일반적인 아이들에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존중하지 않는 건 별 다르지 않다. 그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도 의견을 묻지 않고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일들이 많다. 그림책을 통해서나마 누구나 그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는게 당연하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2007.10.26 금요일
땅에서 반짝이는 단추같은 걸 홍석이가 발견하고 보물이라 한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도 보물찾기에 나선다. 여기저기 땅을 열심히
보고 또 판다. 막대기로 손으로 부지런히 땅을 판다. 용준인 힘들다며 나한테 파달랜다, 물론 한번만 도와주고 자기 몫으로
돌린다. 바랭이가 많이 피어있어 우산을 만들어 연희를 주니 신기하단다. 만드는 법 가르쳐주고 민경이도 달래서 선물한다. 그랬더니
무슨 보물인 양 손에 꼭 쥐고 다닌다. 우리 어렸을땐 둘레에 있는 것들이 그냥 놀잇감이 된다. 풀피리도 불고 다니던 그 시절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곳, 이곳의 자연이다. 시골 학교의 마당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아이들에게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처럼 땅파면서 맡았던 흙내음이 몸 곳곳에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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