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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팡팡 10월 3주 이야기
작성자 옥동초 등록일 09.04.27 조회수 256

2007.10.13 월요일
연희는 수두가 걸려서 당분간 집에 있어야 한단다. 많이 가려울텐테...
그동안 주운 나뭇잎을 탁본하다. 색연필로 자기가 마음에 드는 나뭇잎들을 곱게 베낀다. 처음엔 잘 안되니 용준인 울상이다. 민경인 얼마나 꼼꼼이 하는지 빈틈이 없다. 나뭇잎의 결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자 “와”하고 감탄한다. 종이 가득 이것저것 색깔도 골고루 한다. 대원이도 열심히 했는데 홍석이가 책만든다며 달랜다. 홍석인 자기만의 묶음으로 풀로 붙여 금방 책이 됐다. 기특하다, 몇 번 책만들기를 했더니 이젠 스스로 만든다. 책도 이면지나 달력을 모아서 만드는 것이니 구하기도 쉽고 바느질하거나 풀로 쉽게 엮는다. 자기만의 책이니 얼른 가방에 넣는 홍석이...그전에 아트북이라고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한테 만들기를 배웠는데 종이가 수입인데다 재료비가 만만치 않아 그만두었다. 하긴 고급 제본인데다, 서양에서 수제 작품용이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재료로 책을 만들어왔다. 버려지는 종이들을 모아서 크레용으로 표지 그리고 색종이로 마감했다. 그게 나는 뿌듯했다. 내가 부담없이 만들고 재료를 쉽게 얻을 수있어서 말이다. 예전에 재활용 공방을 만들자고 친구와 이야기꽃을 피운 적도 있다. 아쉽게도 그 친구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어 만나긴 어렵다, 그래도 나는 그 꿈을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과 말이다. 일어동아리아이들이 모이는 첫날이라 각종 채소를 넣고 부침개로 기념잔치를 했다. 자기네들끼리 얼마나 열심히 회의를 하는지... 일어로 잘먹겠습니다.하는 아이들.. “이다다끼마스(잘먹겠습니다), 센세이(선생님) 사요나라(안녕),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 나도 한마디 “와다시모(나도)”... 세계 여러나라 인사말을 배우기로 한다. 지구촌사람들과 잘지내기 위해서...

2007.10.14 화요일
민경이가 머리가 아파서 안왔단다. 덕희한테 물어보니 감기란다. 환절기라서 그런가보다. 씩씩한 민경이가 집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시겠다.
나뭇잎들이 곱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물드는 듯하다. 내 마음도 이렇게 곱게 물들고싶을정도로 이쁘다..그래서 모빌을 만든다. 마음에 드는 색깔들을 모아서 실로 엮어 달아놓는다. 자기가 달고싶은데 달으라니 홍준인 벽에 붙인다. 떨어지지말라고 몇겹이나 테이프로 꼭꼭 누른다. 홍석인 창문에 달아달라고 한다. 드나드는 문에 발처럼 달고 창문에도 다니 가을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바람에 흔들리는 고운 단풍잎들을 보고 아이들이 웃는다. 홍준인 흔들리지 않으니 자기 손으로 빙글빙글 돌린다. 왜 내껀 안흔들리지 하는 표정을 짓고서 말이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우수운지.. 그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면서 꺄우뚱하는...하여튼 아이들 얼굴이 어쩔땐 정말 천사가 따로 없다 싶다.. 누군가 아이는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라 한다.
그 말을 믿는 편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2007. 10. 15 수요일
나뭇잎들을 모아 소꼽놀이를 한다. 어렸을때 붉은 벽돌을 가지고 빻아서 고춧가루라고 하면서 논 적이 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 따로 소꼽도구가 없어도 재밌었다. 나도 그 시절로 돌아가 아이들과 논다. 뭘 만들까요? 하니 다들 자기가 먹고싶은 것들을 대고 만든다. 서로서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김치부침개부터 갖가지 음식들이 나온다. 덕희가 그릇들을 만든다. 길에서 주운 호일이 금새 멋진 그릇이 된다. 나뭇잎 그릇에 비빔밥을 해서 같이 나눠먹는다. 맛있게 얌얌...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연식탁이다. 자연을 먹으면서 아이들은 자란다. 아이들이 곧 자연이다.. 있는 그대로 빛나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2007.10.16 목요일
연희와 민경이가 같이 나왔다. 서로 이야기하면서 나도 아팠는데 한다. 민경인 컴퓨터게임을 열심히 했다 한다. 연희는 집에서 심심했다 한다. 아무튼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새참시간에 감자경단을 만들다. 푹 익힌 감자에다 오이, 당근, 양파를 다진 다음, 참깨. 검은깨를 넣어 동글게 빚는다. 서로들 칼로 썰고 만든다고 부산스럽다. 원래 크기는 한입 먹기좋게 하는건데 주먹밥처럼 만들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일부러 안먹는 채소들을 넣어서 이렇게라도 먹이려한다. 날 양파도 모르게 잘 먹는다. 아이들도 여럿이 먹으니 그냥 다들 먹는다. 나름대로 새참만들때 고민한다. 어떻게든 몸에 좋은 영양가 많은 것들을 먹이고싶어서다. 특히 채소는 일부러 신경써서 많이 먹일려한다. 그래서 부침개도 양파 ,당근갈아서 바탕으로 한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잘 먹고 잘 노는 게 아닐까 평생자산인 건강한 몸은 말할 나위없다. 무얼 하든 체력이 밑받침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2007.10.17 금요일
미끄럼틀 올라가는 계단에 뱀이 걸쳐서 있었다. 개구리를 입에 물고 있다. 개구리가 불쌍하다며 덕희가 기사님을 불렀다. 그 마음이 이쁘지만 뱀은 억울하겠다. 기사님이 뱀 머리를 잡고서 학교 울타리밖으로 던지셨다. 개구리가 떨어져, 죽었는지 아이들은 궁금하다. 다행이도 꿈틀거린다. 가끔가다 뱀들이 다닌다. 대부분 독뱀이 아니라 위험하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쿵쿵 발소리를 내라 한다. 그러면 뱀이 조용히 사라진다. 아이들도 놀라지 않고 지켜본다. 가까이서 뱀과 개구리, 소금쟁이, 사슴벌레 따위들을 보면서 자라는 건 행운이다.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도 땅강아지를 본 기억이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다. 그래서 어쩌다 땅강아지를 보면 갑자기 그 시절이 떠오르고 그 추억이 신비롭다. 아늑히 먼 신화처럼 말이다.
아이들은 어떤 풍경으로 운동장에서 보낸 날들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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