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9.3 월요일
딱지접기를 하다. 그래서 같은 또래 아이가 쓴 시에 곡을 붙여 만든 “딱지 따먹기”라는 노래를 부르다. 홍석인 열심히 따라하고
용준인 못접는다며 마냥 접어주길 기다린다. 홍준이 역시 그 조그만 손으로 열심이다. 은미는 뚝닥이다. 작은 딱지, 중간 딱지,
왕딱지를 계속 만든다. 치는 것보다 만드는 재미가 더 솔솔한가보다. 1학년의 성수, 재우도 합세다. 서로 접겠다며 있는 종이는
다 꺼낸다. 2학년 대원이도 와서 붙고 한바탕 딱지따먹기를 하다. 해인이랑도 집에서 광고지만 있으면 모았다가 딱지를 접어
잘놀았는데 그래서 버리는 종이가 없다. 과자상자곽부터 초코렛 싼 금박지, 껌 은종이.. 종이가 귀한 시절을 거쳐서 그런지 잘
모아두고 이렇게 잘쓰니 다행이다.. 아이들도 어떤 종이든 쓸모가 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나는 종이 한 장으로 뭔가 만들어지는게 너무 신기하고 즐겁다.
2007.9.4 화요일
어제 이어서 딱지접기를 하다. 모으기만 하는 홍석이 벌써 두 손 가득하다. 옆에서 따라다니며 달라는 용준이는 덕분에 힘안들이고
딱지를 갖다. 오늘의 책은 “마법침대”와 “짖어봐 조지야”인데 둘 다 여러번 읽어달라는 인기있는 책들이다. 주문을 외어서 침대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보는 꿈같은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중 하늘을 나는 양탄자가 생각난다.그때도 어찌나 동경했었는 지 모른다.
누구나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심리를 잘 다뤘다. 조지는 자기 소리를 안내고 계속 다른 동물들의 소리를 낸다. 그러다가 의사가
동물들을 하나씩 끄집어내면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나는 나일때 비로소 존재의미를
갖는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책을 통해 이해할거라 믿는다.
2007.9.5 수요일
새로운 아이가 왔다. 민경이(7살)와 덕희(2학년)다. 민경인 낯설어서 계속 오빠만 찾는다. 언제 오빠가 수업끝나는지 그래서
오늘은 얼굴만 익히고 아빠가 오셔서 일찍 돌아가다. 모든게 새로울터이니 집중해서 돌봐줘야겠다. 다행이 활발한 은미가 손잡고
오면서 친절하게 대해주어서 고마웠다. 유치원아이들이 다 남자라 적응이 어떨지 세심히 봐야겠다.
책 “양초귀신”과 치과의사드소트“ 같이 보다. 치과의사~는 단골 책이다. 몇 번 봐도 재밌다.
2007. 9.6 목요일
비가 하루종일 많이도 왔다. 학교문이 닫힌 후 조회대로 모였는데 비가 많이 들이쳐서 장소를 옮기다. 급식소 옆 빨간 문을 한
창고 옆으로 가다. 종이상자를 피고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자기가 아는 무서운 귀신이야기부터 웃긴 이야기를 나누다. 그러다
비를 맞으며 놀다가 팀을 짜서 춤대결를 벌였다. 한솔이와 내가, 현주와 은지가, 은선이와 민영이, 재우는 그냥 여기저기 끼고
3학년 남자아이들 재훈, 종석, 은용과 4학년 명길인 운동장에서 비맞고 저희들끼리 영화를 찍는다 스포츠댄스를 배우는 현주와
은지,한솔이가 춤을 아주 신나게 추니 덩달아 나도 들썩들썩거렸다. 음악도 자기가 아는 노래로 불러제끼고 한바탕 신나게 춤추다
집에 갔다. 비오는 날의 춤잔치는 떨어지는 빗소리만큼이나 경쾌했다.
2007.9.7 금요일
민경이와 덕희는 아빠가 수업끝난후 오셔서 데려가신다. 다음주부턴 4시10분차로 오라하신단다. 처음으로 저희들끼리 버스를
태워보낸다고 하시며 거듭 부탁하신다. 오갑리가는 큰 아이들-혜림, 우선에게 민경, 덕희 잘챙겨주라고 나도 당부한다. 정미,
혜빈이도 홍석, 홍준이랑 꼭 같이 잘 다니는 것 보면 참 기특하다. 나이가 어려도 누나노릇 톡톡히 한다.
바느질 동아리를 만들다. 인아, 연희가 바느질 상자를 같이 꾸미고 회원모집하다. 신문 동아리도 만들다. 그렇게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일엔 언제나 적극적이다. 스스로 즐거움 찾아가는데 나는 옆에서 같이 즐기고 준비해주는 도우미다.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하고 해나가면서 적절하게 챙겨주는 일이 나는 즐겁다. 재미팡팡은 아이들이 주인이니 말이다.
2007. 9.10 월요일
비가 온 뒤라 운동장에 나가 진흙갖고 놀다. 두껍비 집도 짓고 터널도 만들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흙 감촉이 좋다.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컹물컹한 이 느낌이 시원하다.
흙투성이가 된 아이들, 혜빈인 새로 산 구두가 더렵혀질까, 정미는 옷에 흙묻을까 걱정하며 머뭇거리다 노는 재미에 다 더러워져도
나중엔 마냥 즐거워했다. 흙을 만지면 마음이 풀린다. 금방 무너지고 다른 모양도 되는 흙처럼 그렇게 풀리는 거다. 마음치료엔
흙이 더할나위없이 좋다. 2학년 아이들이 몰려와서 같이 모래더미위에 나무 안쓰러뜨리기 놀이를 하다. 긴장의 순간속에 나무가
쓰러지면 다들 와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 순간이 또한 폭죽처럼 가슴이 탁 트인다. 그렇게 감정의 해방구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2007. 9. 11 화요일
학교 그네 뒤로 도토리들이 많이 떨어져있다. 아이들과 주워서 서로 누가 멀리가기 시합을 벌이다. 손끝에 힘을 모아서 하는건 데
쉽진 않다. 튕기는 게 재밌는지 얼마 안가도 괜찮아한다. 긴줄넘기 “꼬마야~”를 하다. 한 명씩 하다가 짝을 지어서 나중에는
여럿이 하는데 수업끝나는대로 오는 아이들이 다 모여 줄섰다. 그래서 아예 줄 당번을 아이들에게 넘겨서 저희들끼리 하였다.
고학년들이 오니 저학년들은 다시 빠지고 철봉놀이에 이어서 장애물 달리기를 한다. 왁자지껄 놀이판이 벌어졌다. 고학년들은 어찌나
세게 줄을 돌리는지 5등급으로 나눠 줄을 돌리는데 금방 놀이규칙도 잘 만든다. 그렇게 놀다 학원갈 사람 가고 태권도장 갈
사람가고 재미팡팡 아이들끼리 들어와 간식을 먹으면서 “꼬마돼지”책 보다. 기발한 상상력의 손가락에 붙은 돼지들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돼지책”도 보다. 양성평등을 위한 아주 마음에 드는 이야기다. 이 작가의 그림솜씨하며 이야기는 볼수록 재밌어서
자꾸 보고 싶다.
2007. 9.12 수요일
여름에 이어 봉숭아가 한창이라 봉숭아 물을 들이다. 민경인 다행이도 적응을 잘하고 물 당번도 혼자 도맡아한다. 덕희도 대원이랑
해인이랑 축구하면서 친해진 것 같다. 이미 해본 터라 재료만 준비해주니 아이들 스스로 잘 빻는다. 묶어주는것만 내가 해주면서
연희는 동생들을 묶어준다. 덕희도 신기한지 열심히 빻은 뒤 검지 손가락을 내민다 한 밤자고 풀어야한다하니 갑갑한지 오늘 푼댄다
그러다 놀면서 다 풀려버렸다. 봉숭아물들이기는 한 철 놀이니 때를 잘 맞춰서 바로 해야 한다. 그러면서 여름을 기억하고 가을을
기억할 터이다.
잘 여문 해바라기를 집에서 가져와 같이 씨를 발라 까놓다. 내일 준비물이다.
2007.9.13 목요일
요리동아리에서 과자만들기를 하다. 어제 까 놓은 해바라기씨를 밀가루에 넣어 반죽한 다음 얇게 펴서 모양낸 다음 굽는 거다, 다들
손 깨끗이 씻고 와서 빙 둘러앉아 자기 양의 반 죽으로 모양내는데 열심이다. 꽃을 만드는 인아부터 달 만들고 자동차만드는
재우까지 부지런히 구워서 먹는다. 밀가루반죽하면서 5번씩 돌아가면서 젓고 덩어리만들면서 눈들이 반짝인다. 얼마나 신가한가.
밀가루와 물과 소금, 약간의 설탕에 계피가루에 해바라기씨를 넣어서 과자가 구워진다는 게 말이다. 요리는 창조적 활동이다. 그래서
나는 요리가 즐겁다.
아이들도 그렇게 자기 손이 마법의 손이 되는 경험을 할 것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2007. 9.14 금요일
영어선생님께서 팝콘용 옥수수를 가져오셔서 또 하나의 즐거운 요리행사가 벌어졌다.
전기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옥수수를 넣은 다음 소금을 살짝 뿌려서 뚜껑덮고 모두 빙 둘러앉아 구경한다. 갑자기 폭 하면서
옥수수가 하얗게 튀어오른다.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계속 눈처럼 튀겨나오는 옥수수 구경에 그 고소한 냄새에 모두
흥분하다.
뚜껑을 여니 김이 싹 빠지고 거기엔 따끈따근한 옥수수튀밥이 하얗게 눈처럼 쌓여있다.
손 뜨겁다하면서도 서로 끄집어내면서 큰 접시에 가득 두 접시에 담아 먹는다. 행복이 따로 없어보인다. 아이들 입이 귀에 걸렸다.
오물오물 먹는 그 모습들이 토끼들같다. 같이 뭔가 해먹으니 식구가 아니랴.. 같이 먹는다는 즐거움이 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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