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법

먼 옛날 환웅이 비, 바람, 구름을 다스리는 신하와 3,000여 명의 무리를 이끌고 하늘에서 한반도 태백산으로 내려왔어요. 그곳에 살던 어느 날, 곰과호랑이 한 마리가 환웅에게 찾아와 넙죽 엎드리며 말했어요.

“저희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알겠다. 여기 쑥과 마늘이 있다. 어두운 굴속에서 백 일 동안 이것만 먹으며 하느님께 소원을 빌어라. 그럼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호랑이는 얼마 참지 못하고 굴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곰은 꾹 참고 견뎌서 21일 만에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어요. 곰이 변한 여자를 ‘옹녀’라고 불렀는데, 환웅은 웅녀와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어요. 뒷날 단군은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우리 민족 최초의 나라인 고조선을 세웠어요.

그런데 단군왕검이 나라를 다스리던 초기는 아직 법이 없어 혼란스러운 시대였어요. 힘으로 남의 곡식을 빼앗는 사람도 있었고, 가끔은 싸움을 하다가 사람을 죽이는 일도 이어났어요. 하지만 고조선이 발전하면서 서서히 제도가 마련되었고, 질서를 지키기 위한 엄격한 법 또한 만들어졌지요.

“사람을 죽인 자는 즉시 사형에 쳐한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곡식으로써 보상해야한다.”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자는 도둑맞은 집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풀려나려면 돈을 내야 한다.”

이 법을 ‘8조법’이라고 해요. 8조법인 왜 세 가지밖에 없냐고요? 이 법은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져서, 여덟 가지 가운데 세 자기만이 기록으로 전해지기 때문이에요.

8조법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고조선의 사회를 알 수 있어요. 사람을 죽이면 즉시 사형에 처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였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또 도둑질한 사람은 도둑맞은 집의 노예가 되어야 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계급 사회였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풀려나려면 돈을 내야 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고조선 시대에도 화폐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