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건강 관리
이덕철 연세대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울긋불긋 물들었던 단풍이 낙엽이 되어 길가에 떨어지고, 자연의 완숙함과 섭리를 마음 깊이 느끼게 해주었던 늦가을의 정취를 뒤로 한 채, 싸늘한 바람 함께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또 한 해를 정리하며 보내는 계절이다. 올해 겨울 기상 예보는 매서운 추위의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 한다. 이제 몸과 마음이 다가올 겨울에 대비하고, 더욱 건강하게 다시 다가올 내년 봄을 기대하며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계절 변화에 민감한 동물의 신체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고 이에 따른 생활 리듬과 생체 변화를 유도하여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시스템이 있다. 먼저 빛의 변화, 즉 일조량의 변화를 가장 예민하게 느낀다. 우리 눈에 들어 오는 빛의 강도 변화를 신경자극으로 바꾼 후 시신경교차를 통해 뇌 신경으로 전달된다. 이러한 신경자극 변화는 뇌신경의 경로를 통해 멜라토닌(Melatonin)을 생성하는 송과선으로 전해 진다. 송과선에서는 멜라토닌의 생성을 조절하며 체내 생식과 대사를 조절하고 계절의 변화에 대비하게 된다. 곰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잠을 자기 전 식욕이 증가하고, 출산 등 생식이 억제되는 것이나, 동물 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털 갈이를 하며, 두텁고 새로운 털로 매서운 추위에 대비하는 것도 멜라토닌의 역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겨울에 적응하는 인체
우리 몸도 겨울철이 되어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 신경 중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어, 혈관을 수축시키고, 열 발산을 위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에서 에너지 생성 및 대사 양을 늘리며, 혈압을 높이고, 심박출량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러한 신체 변화들은 건강한 사람들에게 별 문제를 야기 하지 않고 잘 적응 된다. 하지만 노인층이나 평소 심뇌혈관 질환, 심장질환, 동맥경화 등의 지병이 있는 분들은 계절의 변화에 잘 적응 하지 못하여,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하고, 건강에 심각한 무리가 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철 세심한 건강관리가 중요
실제로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겨울철이 여름철 보다 약 1/3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겨울철에 기온이 10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은 13 mmHg, 이완기 혈압은 6 mmHg 정도 올라간다. 이에 따라 심혈관계 질환의 사망자수는 10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1~2월 달에 다른 달보다 10~25%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운 날 몸이 움츠려 들고 교감신경이 항진되며, 혈압과 맥박수가 증가하고, 말초 혈관이 수축하여 혈관의 저항이 늘어나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증가하게 되어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평소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등의 병력을 갖고 있는 분들은 추운 날, 즉 실내 외 온도 차 가 심할 때,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꼭 필요한 경우 갑자기 찬 공기를 마시지 않도록 충분한 준비 운동과 방한복, 마스크 등을 착용토록 한다. 특히 찬 공기가 몰아치는 새벽에는 교감신경의 기능이 최고조에 달해 있기 때문에 외출 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철 건강관리 수칙
뇌졸중, 심근경색 등이 발생하기 쉬운 노인이나 환자들이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칙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실내 외 기온 차가 심한 날 아침에 외출 하는 것을 가급적 피한다.
- 꼭 필요한 경우는 급히 서둘지 말고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을 실내에서 충분히 한 후 외출 하는 것이 좋다.
- 외출 시에는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어 몸을 따뜻하게 한다.
- 마스크를 착용하여 갑자기 찬 공기가 호흡기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
- 평소 복용하던 약은 빠뜨리지 않고 먹는다.
- 과음이나 과식을 피하고 흡연은 반드시 중단하다.
- 온도가 올라가는 낮 시간을 이용하여 운동 습관을 유지하여 운동량이 적어 지지 않도록 한다.
- 신선한 채소와 함께 생선 등의 섭취를 통해 필수 영양소나 지방산을 잘 섭취한다.
- 스트레스나 긴장을 완화 시키도록 독서나 명상, 기도 등의 삶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