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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엄마를 기억하는 법-<엄마의 크레파스>를 읽고
작성자 신윤주 등록일 15.06.11 조회수 127

 우리는 집에 가면 엄마께서 우리를 환하게 맞아주신다. 그렇게 엄마께서 우리를 맞아주실 때

우리는 참 행복하다고 느낀다. 만약 그런 엄마께서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린다면 어떨까?

그것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말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소년은 엄마를 떠나보내고

새엄마를 맞은 뒤 소년은 엄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친다.

 '우리 엄마는 많이 아프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나는 오늘 아빠와 함께 엄마를

만나러 병원에 갔다. 아빠는 오늘 엄마를 집에 데리고 가려나 보다. 이윽고 아빠는 엄마 몸을 조

심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화석처럼 굳었던 엄마 눈동자가 서서히 움직였다. 깊은 잠에서 막 깨어

난 엄마는 낯선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엄마 곁에 가서 집에 가면 엄마 팔다리를 많이

주물러 주겠다고 약속했다. 택시를 타고 대흥리 다리에서 우리 가족은 멈추었다. 아빠는 다시 엄

마를 등에 업었다. 아빠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벚꽃 이파리들이 아빠 발치께에 떨어져 내렸다.

새하얀 꽃잎들이 하늘하늘 엄마 아빠 몸 위로 떨어져 내리는 순간, 나는 만일 내가 사생 대회에

나간다면 지금처럼 아빠가 엄마를 등에 업고 꽃길 위를 걷는 모습을 꼭 한번 그려 보겠다고 생각

했다.

 담벼락에 기댄 나뭇가지에 작디작은 봄꽃이 피어났다. 앵두꽃이었다. 앵두꽃 주위로 벌과 나비가

모여들었다. 벌과 나비는 부지런히 꽃잎 속을 파고들었다. 꽃잎은 몸살을 앓더니 열매 맺을 자리를

만들어 놓고 이내 한 잎 한 잎 떨어졌다. 하얀 꽃 이파리가 땅에 차곡차곡 쌓여 갈 무렵 엄마의 숨소

리는 조용히 잦아들었다. 나는 그렇게 엄마를 떠나보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나는 4학년이 되었다. 누나는 학교를 쉬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왔을 때 뜻밖에도 낯선 여자가 와 있었다. 나는 그 여자를 경계했다. 또한

누나도 뭔가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그리고 아빠는 기어이 그 여자를 새엄마로 맞았다. 나는 엄마

무덤에 가서 무덤 위에 뿌리 내린 쉰고사리 뿌리를 여섯 개나 뽑았다. 뿌리는 줄기만큼 억셌다. 나는

뿌리를 여섯 개나 뽑았다. 나는 뿌리가 뽑힌 자리를 손바닥으로 다독거렸다. 구멍은 쉽게 막혔다.

그런데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허전함, 아빠에 대한 원망 따위는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나는 그 후 그 여자를 내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양은 대야 몰래 없애기, 죽은 개구리

늘어놓기, 여자의 얼굴에 연탄재 던지기 등 나는 그 여자에게 최대한 못되게 굴어서 이 집에서

쫓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록 나와 아빠 사이만 더 멀어질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여자의 배가 나날이 불러 오기 시작했다. 나는 도저히 여자가 떠나 준다고 한 봄까지 기다릴 수

없어 가출을 하였다. 하지만 가족들이 나를 찾아냈다. 그리고 드디어 여자가 우리 집에서 떠나려고 했다. 여자는 공손하게 우리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나는 여자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그사이 여자의 모습은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새봄이 되었다. 물이 오른 산은 여기저기서 푸른 함성을 질렀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풀들은 조심

스럽게 싹을 틔우고 찔레는 기지개를 켜듯 하늘을 향해 쑥쑥 푸른 잎을 펼쳤다. 초산 숲 소나무와 상

수리나무가 어우러진 애기널 골짜기 바위 능선에서도 진달래가 살그머니 분홍빛 웃음을 쳐들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뜻밖에도 배가 산만 해진 그 여자(덕천댁)가 안방에 누워 있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나는 깜짝 놀랐다. 덕천댁 얼굴빛은 납빛으로 검게 그을려 있었다. 여자는 내게

너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여자와 눈을 마주치기만 했을 뿐 여자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밤에 아빠는 누나와 나를 작은 방으로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꽤 신중한 목소리로 새엄마가

곧 해산(아기를 낳는 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한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기가 막혔다.

그 여자가 집을 나가는 순간 모든 것이 깨끗이 정리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좋게 마무리되

어 가던 그 여자에 대한 감정이 다시 격해질 조짐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끙,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

고 모든 걸 참아 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내 심장 안에서는 아빠에 대한 불신의 싹이 거칠게 자라

고 있었다. 그 싹은 독을 품은 개진달래처럼 화사한 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아빠를 믿을 수 없었다. 그 여자가 다시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누나는 무척 바빠졌다. 그 여자의

병수발 부터 밥상을 차려 머리맡에 갖다주고 불을 지피는 일까지 모두 누나가 도맡아했다. 그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리면 누나는 부리나케 여자의 방으로 달려가 여자 이마에 주렁주렁 맺힌 땀방울들을

닦아 주었다. 여자가 집에 들어온 지 엿새째 되는 날, 여자는 집이 떠나갈 듯이 비명을 질렀다. 잠시

뒤 여자의 비명 소리가 뚝 멈췄다. 그 순간,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여자가 아기를 낳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여자는 오랜만에 마루로 나왔다. 엄마를 알아보았는지 아기

가 여자를 향해 방긋 웃었다. 여자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뒤 여자는 혼자서 몸을 가누기가

여려운지 스르르 무너지듯이 마루에 누웠다. 나는 여자를 애써 외면하고는 부엌문 앞에 쭈그려 앉

았다. 그리고 작대기로 땅바닥에 낙서하듯 그림을 그렸다. 나는 엄마 품에 안긴 아기를 그렸다. 그

리고 그 옆에 배가 불룩한 토끼를 그렸다. 나도 모르게 땅바닥에 그린 그림을 보고서는, 문득 여자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뒤 나는 용기를 내어 여자 옆으로 다가갔다. 아직도 내 손에는 작대기

가 들려 있었다. 봄볕은 힘없이 마루에 드러누움 여자 몸을 구석구석 비춰 주었다. 이윽고 여자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느린 동작으로 치마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꺼내어 나에

게 내밀었다. 뜻밖에도 여자가 치마 주머니에서 어렵사리 꺼낸 건 그림 그릴 때 쓰는 피노키오 4B 연필

이었다. 여자 손은 연필을 쥔 채 힘겹게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막대기를 떨어뜨리고 여자가 건넨

4B 연필을 받아 쥐었다. 내가 연필을 쥐자 여자는 받아 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입가에 환한 웃음꽃을

피웠다. "미, 안, 해요." 나는 끝까지 가슴속에 숨겨 두려 했던 그 말을 용기를 내어 토해 냈다. 그 순간

오랫동안 내 마음을 짓누르던 커다란 바위 하나가 비탈을 구르듯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튿날 여자는 아빠 등에 업혀 병원으로 향했다. 닷새 뒤에 아빠는 혼자 집에 돌아왔다. 나는 아빠에게 여자의 소식을 묻지 않았다. 땅이 꺼질 듯이 크게 한숨을 짓는 큰엄마의 어두운 표정과 뒤이은 탄식 속에서, 아줌마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큰엄마는 자기 등에 아기

를 업고 자신이 당분간 아이는 자신이 키우겠다고 말한 뒤 우리 집을 나갔다. 아빠는 새엄마의 무덤을

엄마 무덤 옆에 썻으면 좋겠다고 내게 말했다. 순간, 나는 망설였다. 하지만 새엄마의 얼굴을 떠올리고

상기된 아빠 얼굴을 바라보자 이제는 꽁꽁 숨겨 놓았던 내 본마음을 보여 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

했다. "그렇게 해요. 아빠." 내 말이 떨어지자, 아빠 얼굴에 화사한 꽃이 피었다.

 뱀 장수 할아버지는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나는 차곡차곡 쌓이는 흙더미 속에서 나무뿌리나 풀

뿌리를 하나하나 정성스레 골랐다. 그 뿌리들이 다시 흙 속에 섞여 들어가면 죽은 사람 몸을 칭칭

감싼다고 했다. 그러면 새엄마가 답답할지도 모르니까, 나는 그 뿌리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수풀 속으로 멀리멀리 던져 버렸다.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가 났다. 나는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난 곳은 신우대 숲 쪽

이었다. 짙푸른 잎사귀들이 겹겹으로 늘어선 그곳은 동굴처럼 어둡고 음산해 보였다. 어둠 속에서

작은 잿빛 토끼 하나가 쏜살같이 달려 나와 소금밭처럼 새하얀 맞은편 찔레나무 숲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새끼 토끼가 사라진 찔레나무 숲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신우대 숲과 달리 하얀 꽃들이 깨알

같이 활짝 핀 찔레나무 숲은 밝고, 경쾌해 보였다. 그리고 향긋한 꽃 냄새가 났다.

'엄마, 미안해요. 용서해 주실 거죠.'

 나는 작고 귀여운 아기 토끼가 사라진 새하얀 찔레나무 숲을 바라보면서 속삭였다.'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줄거리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고 엄마의 빈자리란 정말 큰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살아 계실 때 정성을 다해서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인공

창혁이가 엄마를 잃고 또 새엄마를 맞고 새엄마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

해졌다. 앞으로는 부모님께 더더욱 효도하고 정성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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