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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작성자 김윤서 등록일 14.05.17 조회수 71

 고향 집을 떠나 이모할머니 댁 지붕 위 판잣집으로 온 연재는 남의 기와집 처마에 애걸하듯 매달린 판잣집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색이 다른 판자를 이리저리 이어 붙인 누더기 같은 집이 불쌍하고 그 속에서 밥 먹고 자는 식구들이 불쌍하고 판잣집 밑에서 먼지바람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는 살림들이 불쌍하고 점점 더 초라해지는 연재 자신이 한없이 불쌍했다.

 엄마는 여전히 독하다. 책가방을 끌어안고 뭉그적댈 수 없을 만큼. 고향 떠날 때 이미 엄마는 친절하고 조용한 사람이기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만큼이나 연재도 더는 맹하지 않다. 엄마가 단단하고 독하게 연재를 잡을 수록 연재는 더 강하게 도망칠 것이다. 책가방을 둘러메고 뛰쳐나가는 지금처럼...

 꺽다리 집이 어둠 속에 우두커니 남았다. 마지막 짐이 떠날 연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여전히 바람은 차갑고 어떻게든 안으로 스며들고자 천막을 쑤석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바람에게도 집이 필요했던가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날마다 저렇게 안간힘을 쓸 리 없다. 그래, 꺽다리 집은 바람에게.

 판잣집에서 살아야만 했던 연재가 불쌍했다. 남의 처마에 애걸하듯 매달려 있는 '판잣집' 또한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재개발로 인해 터를 잃은 사람들의 모습이 잘 나와있는 책이다. 지킬게 사라진 사람들..터를 잃은..그래도 연재가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발을 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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