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서 쓸쓸한 할로윈데이 - 「그리운 메이 아줌마」를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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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채니 | 등록일 | 15.11.02 | 조회수 | 99 |
분명히 엄마는 내게 할로윈데이 파티를 하자고 하셨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제(할로윈데이) 저녁 나는 너무 쓸쓸했다.
나는 클리터스의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언젠가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기도하지 않았다. 뭔가에 희망을 걸기에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며칠 전부터 할로윈데이 때 라바케익과 쿠키, 치킨, 피자를 준비하고 가까운 지인을 초대하고 파티를 열거라고 하셨으면서, 잔뜩 기대하게 해 놓고는 너무 고요하고 적막하게 텅 빈 식탁과 거실이 쓸쓸하게 다가왔다. 공방에 다녀오신 엄마는 모든 게 귀찮다는 듯이 쓰러지듯 잠이 드셨고, 아빠는 퇴근하시고 집에만 오시면 tv중독자처럼 언제나 그렇듯 tv를 지키셨다. 책꽂이에서 무심코 꺼내든 「그리운 메이 아줌마」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서머가 말한, ‘뭔가에 희망을 걸기에 두려움이 너무 컸다’는 말이 잘 와 닿는 것은 그러니까 나의 ‘오늘’이 만들어 낸 아픔이었다.
참 신기한 것은 책을 펴면 마법처럼 책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처음에는 들어오지도 않던 글들이 점점 홀로그램처럼 펼쳐져서는 책 속의 그들이 내게 온다는 것이다.
고아인 서머를 데려다 키운 나이 많고 가난한 두 노부부인 오브아저씨와 메이아줌마, 트레일러의 생활(아, 캠핑카!)을 하며 이윤을 남기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바람개비를 만들며 생활하시는데 어느 날 메이아줌마는 밭을 가꾸다 돌아가신다. 아줌마를 너무도 사랑한 오브아저씨는 아줌마를 만나기 위해 애를 쓰시고...
이 책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만 어렵다(점점 책을 설명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마도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해도 수상소식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자괴감’ 좀 멋진 표현 같다). 아저씨가 심령교회에 갔다가 아줌마 만나는 것을 실패하고 국회의사당으로 가신 이유는,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만드는 법과 예산을 집행하는 그 곳을 굳이 택하신 이유는 서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머가 믿는 것처럼 서머로 인해 아저씨는 살기로 하셨으니까. 서머가 두 계절 동안 아줌마의 빈자리를 견디는데 급급해서 차오르는 눈물을 삼켜왔다가 집으로 돌아와 울음을 터뜨리는 대목에서 나도 눈물이 날 뻔 했다. 아저씨가 아줌마가 너무 보고싶은 나머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만큼 서머는 위태로웠던 것이니까.
책을 다 읽었어도 마음이 헛헛한 것은 할로윈데이와 돌아가신 메이아줌마를 떠나보내고 남은 오브아저씨, 서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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