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반 영이의 비닐 우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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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진묵 | 등록일 | 14.08.11 | 조회수 | 76 |
주룩주룩 비내리는 월요일 아침. 학교가는 길에 영이는 비를 맞으며 시멘트 담벼락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거지 할아버지를 보았다. 그옆에 같이 잠들어 있는 깡통엔 밥덩이 대신 빗물이 총총 고여 넘치고 있었다. 짖꿎은 아이들몇이 할아버지 어깨를 툭 건드려 보고 지나갔다. 문방구 아주머니는 아이들에게 물건을 팔다가도 연신 밖을 내다보며 "미친 영감탱이" 아침부터 재수없게 또 담벼락에 기대 늘어젔소. "영감탱이, 영감탱이 뒤지지도 않고." 아침 자습을 마치고 영이는 다시 교문 밖으로 나가 보았다. 거지 할아버지는 여전히 비를 맞으며 잠이 들어 있었다. 영이는 누가볼까 좌우를 둘러보며 아침에 가져온 비닐 우산을 할아버지 머리 위에 살며시 펴서 씌어 드렸다. 그날 오후 다시 하늘이 말갛게 겠다. 영이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교문앞 문방구 담벼락을 살폈다. 그곳앤 거지할아버지도 찌그러진 깡통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씌어드린 비닐 우산만 접혀 있을뿐. 영이는 멍하니 서서 우산을 보고 있었다. 말갛게 갠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할아버지가 가져가도 괜찮은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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