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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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을석 | 등록일 | 11.11.22 | 조회수 | 124 |
□ 아버지의 위상 /정직 : 단호함
가을 한철에만 농어 낚시가 허용되는 호수에서 아버지와 열 살 된 아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 날은 농어 잡이가 허용되기 바로 전 날이었다. 몇 시간을 낚싯대 앞에 앉아 있었지만 고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밤이 이슥할 무렵 드디어 아들의 낚싯대 끝이 둥그렇게 구부러지며 큼직한 놈이 한 마리 걸려들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고기를 잡는 모습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물고기가 상당히 큰 놈이라는 것을 알고 고기를 달빛에 비춰 보니 농어였다.
아버지는 시계를 보았다. 밤 10시 30분. 농어 잡이는 내일부터 허용되었고 지금은 농어 이외의 고기만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농어는 1시간 30분 후부터 잡을 수 있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호수엔 낚시꾼도 배도 없었다.
"얘야, 그 농어는 풀어 주고 우리 다른 것을 잡도록 하자구나." "안돼요, 아버지. 이렇게 큰 물고기를 잡은 건 처음이예요." 펄떡이는 농어를 내려다보는 아들의 얼굴은 울상이었다. 아버지의 단호한 결정에 아들은 농어를 놓아주었다.
세월이 흐른 뒤……. 아들이 자라서 중년의 나이가 되어 사업가로 크게 성공하였다. 정직하고 모범적인 경영자로 뽑혀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는 열 살 때의 그 사건을 통해 아버지로부터 "진정한 정직"을 배웠노라고 말했다.
□ 아버지의 위상 /속임수 : 괜찮아
한 아버지가 여섯 살짜리 아이를 옆자리에 태우고 가다가 그만 신호 위반으로 교통 경찰에게 걸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차를 세우고 운전 면허증과 그 밑에 만 원짜리 몇 장을 살짝 감추어 건네 주었다. 그러자 경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경례를 붙이며 그냥 보내 주는 것이었다. 아이는 눈이 똥그래져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괜찮다, 얘야. 다들 그렇게 한단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하루는 아이의 삼촌이 찾아와서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지를 아버지와 함께 의논하고 돌아갔다. 옆에서 의아해 하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말했다. "괜찮아. 세금 제대로 다 내다간 남는 게 없어. 다들 그렇게 해."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 방학을 맞이해 과일 가게에서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주인 아저씨는 싱싱한 과일은 잘 보이게 해 놓고 오래된 과일은 뒤에 감춰 두었다가 팔 때 끼워 파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괜찮아. 다들 그렇게 해서 과일을 판단다."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회사에 취직을 했으나 큰 횡령 사건을 저지르고 그만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다. 면회를 온 아버지는 그래도 푸념하기를 "아이고 이놈아, 넌 도대체 누굴 닮은 거냐! 너는 가르치지도 않은 짓을 했느냔 말이다." "괜찮아요, 아버지. 다들 그렇게 해요. 재수가 없어서 걸린 것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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