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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편지 35호
작성자 신길순 등록일 12.08.30 조회수 216

 

잔디밭 사이로 난 길

 

마을 근처에 공원이 새로 생겼습니다.

우거진 숲과 잔디밭은 모두의 휴식처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잔디밭 사이로 어린아이 팔뚝 정도 되는 샛길이 나는가 싶더니, 조금씩 조금씩 그 길이 넓혀져 이제는 싯누런 맨 흙이 다 드러날 정도로 흉한 흠집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의도적으로 구불구불한 산책로가 오히려 길게 느껴진 몇몇 사람의 무책임한 발걸음에서 시작되었을 그 샛길.

그것이 없었더라면 다른 길로 돌아갔을 사람들마저 이제는 그 샛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에 밟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잔디 대신 누런 흙만이 깊은 상처처럼 남은, 길이 아닌 그 길.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 같습니다.

 

잘못된 길,

그것은 한 사람의 무책임한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 청백리 아침편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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