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제일고등학교 로고이미지

운영게시판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사랑이 물든 손
작성자 제천제일고 등록일 16.12.07 조회수 5422


어느 산골 마을에 할머니와 초등학생인 손녀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일찍 세상을 뜨고 아들은 건설 현장에서 잡일꾼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온종일 산으로 들로 다니며 나물을 캔 뒤
밤이 새도록 나물을 다듬어 다음 날 장터에 내다 팔았습니다.

어린 손녀딸은 할머니가 캐오는 산나물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숙제하고 나면 할머니와 같이 손톱 밑이 까맣게 물들도록
나물을 다듬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손톱 밑의 까만 물은 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잘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상담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모시고 갈 분은 할머니뿐이라 걱정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할머니의 허름한 옷, 구부러진 허리,
손의 까만 물을 보는 게 정말 싫었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손녀딸은 한참을 망설이다 말을 꺼냈습니다.
", 할머니, 선생님이 내일 학교 오시래요."
할 수 없이 말하긴 했지만, 손녀딸은 할머니가
정말 학교에 오시면 어쩌나 했습니다.

다음 날 오후,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로 갔습니다.
선생님은 할머니의 두 손을 잡으면서 손녀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가은이 할머니께 효도하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그 순간 손녀딸은 와락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선생님이 눈시울을 붉히며 잡고 있는 할머니의 손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었고 피가 흐를 듯 생채기로 가득했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딸이 할머니를 부끄러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침 내내 표백제에 손을 담그고 철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닦으셨던 것입니다.

-----------------------------------------------------------------------------

나에게도 그런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홀로 시골집에 살면서 간혹 찾아오는 손주가 '노인 냄새' 난다고 할까 봐
새벽부터 일어나 몸을 씻고 또 씻었던 그분.
당신 쓸 용돈 아껴두었다가 어린 손녀 호주머니에 몰래 넣어주며
과자 사 먹으라고 속삭이던 그분.
세상에서 내가 가장 예쁘고, 가장 자랑스럽다 말해주던 한 그분.

그렇습니다. 지금은 가슴에 묻어둔 이름, '할머니'...
당신이 계심으로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fateful-119 >

이전글 대원군 뺨을 때린 장수
다음글 어느 집배원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