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얼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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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형식 | 등록일 | 14.09.29 | 조회수 | 360 |
8. 얼굴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한가해진 토요일이다. 식구들과 함께 용암동에 있는 처남 댁에 들른 후 아내와 둘이 백화산으로 갔다. 오랜 만에 오는 동네 산이다. 길은 둘이 가야 제 맛이다. 홀로 갈 때는 외롭고 셋 이상 여럿이 갈 때에는 소외당하는 이가 나오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면서 아내가 퀴즈랍시고 문제를 낸다. “힘든 길을 쉽게 가거나 아주 먼 길을 빨리 가는 방법은?” ‘헹 내가 누군가’ 얼른 대답을 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거여” 한 마디로 딩동댕이었다. 나는 몇 가지 여기저기에서 본 이런저런 유머를 재미 요량으로 말하면서 갔다. 비록 작은 산이지만 가을 산은 정말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약간 서늘해진 바람, 양분이 오르지 못하여 괴로워하며 물든 단풍!(사실상 우리가 보기 좋은 단풍은 나무에게 있어서 큰 고통이라는거다. 마지막 잎새를 떨구며 물드는 아름다움. 마치 가시나무새의 울음이라고나 할까 싶다) 산 정상에서 지하수 물을 서너 병 받은 후 하산 아니 내려오기 시작했다(하산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기에는 너무 야트막한 산이기에). 내 입에서 알게 모르게 <얼굴>이란 노래가 흘러나온다. 내게 가을은 가슴앓이의 계절이다. 좋은 사이였건 나쁜 사이였건 지나간 이들의 얼굴이 그립게 생각난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잘 못해준 것이 생각나서 또, 그에게서 받고 싶은 것을 못 받은 것이 생각나서 때문이리라. 나이가 성큼성큼 들수록(나이 들수록 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아이 때는 살금살금 나이를 먹는데), 이런 가을에 생각나는 얼굴들이 더 많아진다. 죽은 이들의 얼굴도 젊었을 때보다 나이가 드니 더 많이 떠오른다. 어릴 적 친구, 돌아가신 아버지, 내 마음에 항상 아이로 남아있는 제자들, 날 좋아했던 이들, 내가 좋아했던 이들, 다툰 이들, 서먹한 이들 모두를 위해 그리운 마음으로 기원을 드린다.(2003년에 쓴 글. 지금부터 10여년 전 글이다) http://cafe.naver.com/gillove.cafe(고인이 된 길은정 카페에서)에서 아랫 글을 퍼왔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 나는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 갔던 오색빛 하늘 아래 구름속의 나비처럼 날으던 지난 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작사가 심봉석(생물담당)과 작곡을 한 신귀복(음악담당) 두 분은 당시 동도중학교에 재직 중이시던 교사의 신분이었다. 어느 날 교무회의 중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던 신귀복선생님은 길고 지루한 훈시에 무료했는지 메모지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그만 교제중이던 연인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고 애틋한 마음과 그리움이 보태져 한 편의 시를 끄적이게 된 것이다. 글을 마친 심봉석선생님은 옆자리의 신귀복선생님에게 시를 내밀었고 받아든 음악선생님은 영감을 받아 바로 곡을 쓰기시작해서 완성한게 바로 얼굴이란 곡이다. 두 분은 먼저 학생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고 입으로 구전되다가 가수 윤연선이 75년에 취입을 하였다. 그 후, 심봉석 선생님은 얼굴의 진짜 주인공과 결혼을 했고 교제 중이던 동갑내기 고대의대생(두사람은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까지 같다한다)과 결혼을 앞둔 윤연선은 남자 집안의 반대로 여지껏 독신의 삶을 살며 홍대 앞에서 '얼굴'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부모에게 등 떠밀려 맘에 없이 결혼한 남친은 십수년 전 이혼하고 내과의원을 운영하던 중 2003년에그의 딸이 신문에 난 아빠의 첫사랑인 윤연선 데뷔 30년 공연기사를 들고와서 둘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27년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그 해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결혼했다. '얼굴'이라는 노래가 음악을 만든 사람, 불렀던 사람.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숱한 사람들에게 사랑의 결실을 맺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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