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공부스타 :대구 심인고2학년 윤대근 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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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헌철 | 등록일 | 10.10.12 | 조회수 | 356 | |
우연히 본 어머니의 슬픈 기도 불효는 이제 그만, 결심했어요.
"처음엔 '내가 신문에 나갈 만큼 대단한가' 싶었어요. 저만큼 열심히 공부하는 애들은 많고 많거든요. 성적이 조금 올랐다고 괜히 '오버'하는 것 같아서 엄마에게 안 나가겠다고 말했어요." 대구 심인고등학교 2학년 윤대근 군(17)은 인터뷰 내내 자신은 공부를 잘하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라고 했다. '우리학교 공부스타'에 나가보라는 엄마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나처럼 실패를 거듭한 또래 친구들에게 함꼐 열심히 해보자는 응원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 군은 노는 것이 마냥 좋았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하루 2~3시간을 자며 공주하는 요즘까지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윤 군은 사교성이 좋았다. 초등학교 땐 학년이 올라가 반이 바뀌면 하루 만에 새로운 친구들과 금방 어울릴 정도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아 초등학교 6년 동안 한 번도 반장을 놓친 적이 없었다. 6학년 때는 친구들의 추천으로 전교회장까지 됐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자, 그의 사교성은 오히려 공부에 걸림돌이 됐다.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이유 없이 반항을 하려는 마음도 아니었죠. 뭐랄까?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에 '관성'이 붙었던거죠." 윤 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매일 친구 너 덧명과 시내 노래방과 PC방에서 살았다. 남녀공학에 다니는 친구가 소개시켜준 여학생과 사귀면서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중학교 1학년 때 반에서 10등 안팎을 유지하던 성적은 2학년이 되자 등수를 뒤에서부터 세는 것이 더 빠를 만큼 떨어졌다. 윤 군은 처음으로 공부에 도전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윤 군을 교무실로 불러 "조금만 노력하면 점수가 올라갈 수 있다"고 격려했다. "공부를 안해도 하루에 3시간씩만 책상에 앉아 잇어아." "수업시간 첫 20분이라도 졸지 말고 집중해라."같은 구체적인 방도를 알려주기도 했다. 관심과 응원이 감사했던 윤 군은 선생님에게 보답하기 위해 '성적으로 대박 한번 터뜨려보자'는 생각으로 '무섭게' 공부를 시작했다. 하루에 4~5시간씩 공부했다. 그 결과 하위권까지 떨어졌던 성적이 3학년 2학기 땐 상위권으로 올라갔다. 자신감이 생겼다. 혼자 공부해도 문제가 없을 듯했다. 학원 수업시간까지 아깝게 느껴졌다. 다니던 학원과 독서실을 그만두고 집에서 혼자 고등학교 대비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됐다. "막상 겨울방학이 되니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막막했어요. 혼자서 고등학교 전 과목을 미리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내용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반드시 계획대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공부가 오히려 재미없어졌어요." 윤 군은 결국 공부를 포기했다. 방학 동안 다시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한동안 가지 않았던 노래방에 다녔다. 처음으로 오락실에 가 동전을 쌓아놓고 하루 종일 게임을 했다. 괜히 반항심에 사람들로 붐비는 시내에서 친구들과 일부러 크게 더즐며 '튀는' 행동도 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도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후 6시에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간다는 핑게로 야간자율학습을 빠지고 시내에서 놀다 자정이 돼서야 귀가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사회 76점, 과학 76점 등 주요과목 점수가 60~70점 대에 머물렀지만 윤 군은 개으치 않았다. 윤 군이 변하기 시작한 건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수학 시험을 보던 날이다. 아침에 짐 현관을 나서다 깜빡 잊고 휴대전화를 안 챙긴 것이 생각나 뒤돌아선 순간이었다. 아들을 학교에 보낸 뒤 돌아서서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는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성적 때문에 저를 혼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차마 느끼지 못했어요. 매일 놀기만 하는 내 모습에 엄마 혼자 얼마나 가슴 아파하셨을가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한심하게 보였어요. 말없이 날 믿어 주셨다는 걸 알고 나니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학교가지 걸어가는 내내 울음이 복받쳤어요." 윤 군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다시 한 번 공부에 도전하기로 다짐했다. 첫 번째 결심은 '자는 시간 줄이기'였다. 윤 군은 원래 잠이 많았다.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면 책상 앞에 앉기보단 곧바로 침대로 향할 정도였다. 공부할 '절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 하지만 억지로 잠자지 않으려 하진 않았다. 그 대신 서서히 생활습관을 관리하려고 노력했다. 윤 군은 '졸린 상태로는 책상에 앉아 공부해도 머릿속에 남는 게 없었다"며 "졸음이 오면 참지 않고 휴식을 취하되 절대 15분 이상 쉬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엔 1시간마다 침대에 누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시간에 한 번, 세 시간에 한 번으로 공부시간이 길어졌다. 책상에 앉는 시간이 길어지는 동시에 공부 의지도 강해졌다. 한 달 후에는 오전 4시까지 공부해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두 번째 결심은 '무식하게' 공부하기였다. 윤 군은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효과적인 공부법을 고민하기보단 일단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군은 시험점수가 좋지 않아도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열심히 하면 언젠간 오른다'는 생각으로 기다리며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자신만의 공부 노하우가 생겼다. 윤 군은 "근대시나 윤리는 충분히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문제를 풀면 모르는 개념이 한 두개씩 꼭 나왔다"면서 "문제를 먼저 풀어서 자주 출제되는 교과개념들을 파악한 뒤 교과서나 참고서를 이용해 세부내용을 외우는 것이효과적이었다"고 했다. 결국 윤 군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에서 같은 학년 인문계 학생 134명 중 1등을 차지했다. 윤 군은 "이제 확실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 1학년 겨울방학 때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계열도 바꿨다. "영화 '공공의 적'에 나오는 설경구처럼 정의를 위해 온 몸을 날리는 '열혈검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범죄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대학교는 심리학과를 진학하고 싶어요. 공부하면서 흔들릴 때마다 절 믿어 주시는 엄마를 생각하면서 지금처럼 공부하면 꼭 이뤄지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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